물속에 빠져 있으면서도 자꾸 물을 찾게 되는 일,
중1부터 고3까지 수많은 텍스트를 배우게 하면서(일주일에 하나씩 학생 모두에게 일 년 내내 외우게 한다) 그들을 거대한 언어의 물결 속에 생생하게 휩쓸리게 하는 것이다. 여러 세기를 거슬러오른 그 물결은 우리의 문을 두드리고 우리의 집안을 가로지른다. 물론 학생들은 처음에는 반발한다. 물이 너무 차다고,
너무 깊다고, 물결이 너무 거세다고, 자기들은 체력이 너무 약하다고. 타당하다! 그들은 침수의 두려움을 드러내곤 했다. - P188

"저는 앵무새가 아니에요!"
그들은 마지막까지 항의했고, 그건 정당했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건 그런 말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부모들, 아! 그들은 어찌나 변했는지 부모들 스스로 때로 이렇게 말한다. "페나키오니선생님, 아이들에게 텍스트를 외우게 한다면서요? 세상에, 제 아들은 이제 어린애가 아니랍니다!" 어머님, 언어에 있어서만큼은아드님은 영원히 어린애일 것이고, 어머님 자신도 아주 어린 아기이며, 저는 우스꽝스러운 어린애입니다. 우리 모두가 문학의구어적인 원천이 넘쳐흐르는 거대한 강에 실려가는 잔챙이 물고기인 한은 말입니다. 아드님은 언어 안에서 헤엄치는 걸 좋아하게 될 테고, 언어에 실려 목을 축이고 젖을 취하며, 아름다움을전해주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자랑스럽게 말입니다. 아이를 믿으세요. 아이는 자기 입속의 말맛, 머릿속 생각의 빛나는 불꽃을 아주 좋아하게 될 것이고, 자신의 대단한 기억력, 그 무한한 유연성, 그 울림통, 가장 아름다운 문장을 노래하게 하고 가장 분명한 생각을 울려퍼지게 하는 놀라운 음량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언젠가 기억 속의 그 끝없는 동굴을 발견할 때는 언어 속에 잠겨 헤엄치며 깊숙이 잠수해 텍스트들을 건져올리는 일을 좋아할 것입니다. 평생 그것들이 그곳에서 자기 존재의 일부를이루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즉흥적으로 그것들을 외울 수도 있고, 말들의 묘미를 위해 입 밖으로 소리내볼 수도 있다는 걸 좋아하게 될 겁니다. - P189

그 덕분에 아이는 다시 입말이 된 문학의 전통을 아마도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게 될 것입니다. 공유하기 위해서든 유혹의 유희를 위해서든 잘난 척하기 위해서는 그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는 문자 이전의 시간, 생각의 존속이 오직 우리의 목소리에만 의존하던그 시간과 다시 연결될 겁니다. 어머님은 그것을 퇴행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재회라고 말하겠습니다! 앎이란 무엇보다 육체적인 것입니다. 앎을 포착하는 것은 우리의 귀와 눈이고, 그것을 옮기는 것은 우리의 입입니다. 물론 얇은 책으로부터 우리에게 오지만, 책은 우리를 벗어납니다. 생각이란 소란스러우며, 읽고자 하는 의욕은 말하려는 욕구의 유산입니다. - P190

그들은 내 학생이었다. (이 소유 형용사는 그 어떤 소유도 의미하지 않으며, 우리가 교직에 있는 동안의 시간, 어느 학생들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는 시간을 지칭한다.) 내 직업의 일부는 스스로를 가장 많이 포기해버린 내 학생들을 설득해, 따귀보다는 정중한 대우가 더 영향력 있는 반성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믿게 하는 것이었다. 공동생활에는 구속이 따른다는것, 숙제 검사의 시간과 날짜는 협상할 수 없다는 것, 날림으로한 숙제는 다음날 다시 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든 저것이든 뭐라도 해야지 결코 아무것도‘라는 말은 결코 없다는 것, 나와 내동료들은 절대 그들을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득시키는 것이었다. 그들이 ‘거기‘에 이를 수 있게 하려면 노력이라는 말의 개념을 다시 가르쳐주고, 결과적으로 고독과 침묵의 맛을 되찾아주고, 무엇보다 시간을, 즉 권태를 제어하는 법을 가르쳐야 했다. 때로는 아이들을 지속되는 시간 속에 앉혀놓기 위해 권태를 연습하라고 충고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것이다. 놀지도 말고, 먹지도 말고, 대화도 하지 말고, 공부도 하지 말고, 요컨대 진짜로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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