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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 - 신경질적인 도시를 사랑하며 사는 법에 관하여
김도훈 지음 / 웨일북 / 2019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제 오랫만에 교수님과 친한 동생을 만났다.
교수님은 지난 겨울 50일 동안 먼 시골 어딘가에 틀어박혀 책을 한권 쓰셨단다.
물어보나마다 그 시간은 환상적으로 좋으셨단다.
그렇지만 다시 가르치는 일과 제자들을 키워내는 일들에 여전히 분주하시다.
한편 그 동생은 직장 중간관리자로써의 역할에 몰입하여 이 걱정 저 걱정이 참 많았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마인드 자체 멋지다는 것과, 자신이 믿을만한 직원 4명이나 키워냈고, 그 기관은 몇년째 최우수기관으로 평가를 받고 있음을 상기시켜주어도 그건 그렇지만이라는 답변이 반복되었다.
평창동의 멋들어진 카페에서 나오며 결국 나는 가방속의 책을 꺼내 제목을 말해주었다.
"이제 우리 낭만을 이야기합시다."
나는 에세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제일 좋아하는 장르는 소설!! 그것도 이왕이면 추리를 요하는 복잡한 소설이 좋다.
근데 이 책은 읽어보리라 결심도 했고 읽으면서도 참 재밌구나 생각도 들고 그야말로 낭만을 이야기하게 된다.
책을 읽는 중간에 잠시 사진을 찍어보았다.
주7일 잠을 잘 못자가면서도 해결되지 않는 일들로 그야말로 미칠것 같은 상황을 보내고 조금이라도 내 시간을 갖자 결심한 직후라서일까
사진 속에는 나만의 낭만이 들어있다.
내가 직접 고른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서 우유에 부어 만족스럽게 마시고 있으며,
할줄도 모르는 가죽공예를 한답시고 그쪽에서는 잘나가는 지퍼에 맞춰 패턴도 만들었다.
취미라고 말하고 싶지않고 낭만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상하게 서평도 김도훈의 에세이처럼 쓰고 싶어진다.
낭만을 이야기하자는 이 표현이 정우성에 의한 표현이라서인지 더 만족감을 준다.
낭만이 뭔가에 대한 사전적인 의미는 필요없다. 나에게는 이성적인 삶을 내려놓고 잠시 감성적이 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배우 윤여정을 글 쓰느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였는데, 김도훈이라는 저자는 역시나 글을 잘 써서 잠시 어떻게 생긴 인물인가 검색도 하고파진다.
운동쪽은 좀 거리가 멀지만 책 좀 읽어보고 영화도 즐겨보고 건축에 대해서도 지식이 있고 외국도 많이 다녀보고 패션에도 감각이 있는 그는,
아 맞다 강이 보이는 서울 한자락에 집도 있는 그는 그다지 얄밉지도 부럽지도 가식적이지도 않다. 어짜피 그도 나도 포르쉐가 없긴 마찬가지니.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몇살더 많은 것 같긴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온 저자의 삶과 낭만이 나와는 제목은 같아도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나를 X세대라고 생각해본 일이 없는데 사람들이 X세대라고 하니 그런가보다.
저자의 경험들이 동경하고픈 그런것이라고하기보다는 같은 것을 보고도 다양한 감성으로 다양한 사고로 표현될 수 있음이 신기하고,
나는 겪어보지 않았지만 재미난 표현들로 인해 간접 경험이 되어 만족감을 준다.
내가 윤식당이나 꽃보다 청춘을 돌려보고, 스페인 하숙을 5번이나 반복해서 보는 이유가 이 책을 재미나게 읽은 이유와 같은 것이리라.
퀸스에서 베이글두께만큼의 크림치즈를 얹고 달달한 우유섞인 커피에 감동한 것 같은 그런 경험뿐 아니라
주인공만 알았지 제대로 본적 없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비롯해 처음 들어보는 제목의 영화들을 줄줄이 꿰고 있는 것들,
처음 들어본 유명 저자들과 음악장르들, 스카프를 비롯해 엘사라는 이름의 코트까지 섭렵한 저자의 지식들은,
대리만족? 간접 경험?이라는 표현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하여튼 낭만적이다.
책으로 항상 뭔가를 배워야한다고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감동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핸드 드립 커피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이런 여유를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낭만적이지 않을까
한가지 궁금한 것은
소제목의 띄어쓰기의 의미들이 무엇일까하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