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친구들 - 세기의 걸작을 만든 은밀하고 매혹적인 만남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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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매력적인 책이다. 게다가 재밌다. 이런 책이 참 좋다.

예술과 거리가 먼 사람인지라 유명 화가들의 책을 가끔 읽는 것만으로 스스로 만족될 때가 있다. 읽지 않고 수집만 해놓은 책도 꽤 된다. 그것도 참 좋다. 그림을 볼 줄도 누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왜 유명한지는 몰라도 이러다보면 가끔은 감동받고 오래도록 그림을 바라볼 때도 있다.

언제부터인가는 잘 모르는 개인 개인의 역사를 보는 재미도 빠졌다. 그 개인사가 역사니까. 그 개인사에는 주변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결정적 시기에 누군가와의 접촉은 개인의 일생일대의 큰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고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은 걸작들을 만들어낸 유명 예술인들과 그 주변의 인물을 소재로 하여 아주 흥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고흐와 고갱, 고흐와 테오와 같은 관계는 흔히 알려진 이야기들이지만, 피카소가 어떤 인물과의 만남을 계기로 무명에서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는지, 어떤 매력을 가진 사람이길래 뭉크는 <마돈나>와 같은 강렬함을 가진 그림을 그려보고자 결심했고 걸작을 완성할 수 있었는지는 예술과 거리가 먼 나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것이 누구의 작품이고 어떤 감동을 주는지에만 초점을 두다가 그 그림의 배경을 알게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보통 그림에 대한 해설,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 그런데 개인의 역사와 인간관계와 그 사이에 미묘한 감정의 교류들을 알 땐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만족감이 밀려온다. 그 세계가 궁금해지고 호기심으로 가득찬다. 조금더 일화가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책을 읽다말고 검색에 들어가게 된다. 오호라~


살롱과 커피하우스에서 만난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과의 교류는 클림트의 그림에 영향을 미쳤다. 클림트가 의학, 생물학적 관점으로 그것을 표현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그 유명한 키스의 원작을 보면서 큰 감동없이 '난 원작을 본거야'라며 그냥 사진이나 찍고 있진 않았을텐데....세모와 동그라미가 세포를 묘사하고 있음을 살펴보며 커다란 감동과 신기함을 누길 기회를 놓쳐버렸다. 분명 클림트 전기도 몇권 읽었는데 생소한 건 왜인걸까. 맞다 의학이 있었지라고 하다가 렘블란트랑 기억이 꼬여버렸다. '신처럼 너그럽다'라고 표현된 카미유 피사로는 세잔과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세상과의 교류가 미숙했던 세잔에게 피사로와의 밀접한 교류의 시기 이후 세잔의 표현법은 확 달라졌다고 한다. 미숙한 천재를 다룰 줄 알았던 피사로와 같은 너그러운 누군가가 나에겐 있었던가.


늘 느끼는 것이지만 그림과 음악을 하는 분들은 언변도 뛰어난 것 같다. 글도 참 잘 쓴다. 역시 이 책도 문체가 참 좋다. 내가 읽기 쉬우니 좋은 책이다. ~일까라는 질문식의 표현들이 특히나 나에겐 맘에 든다. 뭔가 대화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미술관련 책들을 수집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작품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 책 역시 생소한 그러나 너무 멋진 그림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문체가 그런 것도 아닌데, 처음 고갱과 고흐의 이야기를 볼 때에는 고흐의 영화를 보는 듯한 이미지가 느껴졌다. 그림들 때문인지 문체 때문인지 배치 때문인지, 뮤즈는 뮤즈로, 스승은 스승으로, 후원자는 후원자로 그 이미지가 부드럽게 그려진다. 이 책에는 고흐를 비롯한 유명 예술가들과 어쩌면 서로 비슷한 별난 만남들과 혹은 우정을 쌓은 이들, 혹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기묘한 인연들로 나누어 꽤나 많은 인물들을 담고 있다. 한 명 한 명의 관계에 대해 더 자세하고 긴 이야기가 궁금해지기에 다소 짧은 듯한 내용은 좀 아쉽지만 그래서 읽기는 딱 좋다.


아직 완독전이지만 아끼지 말고 그림 한장 한장,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의 대상 혹은 영향을 미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곱씹어 감상해야겠다. 또 이 책을 나의 주변의 사람들과 나누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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