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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둑 ㅣ 햇살고운책
박정미 지음, 한혜정 그림 / 도담소리 / 2018년 12월
평점 :
<꽃도둑>은 억울한 누명을 쓴 고양이와 할머니의 우정, 가족 간의 사랑을 고양이의 눈으로 뭉클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작 중의 소녀 진아로 투영되는 작가의 마음이 읽어지는 것 같아 울컥 했네요. 우리 아이들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 오신 우리들의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를 이해하고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의미 있는 이야기입니다.
<날아라 슈퍼맨>은 아빠 엄마가 운영하는 슈퍼마켓에서 일하다가 사라진 괴짜 아저씨를 소재로 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라고 매일 꽃사슴처럼 파란 하늘만 보고 맑은 것만 꿈꾸라는 법은 없지요. 해고 근로자를 보는 아이의 눈을 통해, 아이들도 우리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부조리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무지개 비빔밥>은 사춘기에 접어든 남녀 아이들의 오해를 둘러싼 아기자기한 이야기입니다. 무지개 비빔밥같이 서로 마음을 드러내고 어우러지고 싶어 하는 아이의 솔직하고 설레는 감정에 나도 모르게 물듭니다.
<또, 봄>은 사고로 아빠를 잃은 어느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조실 부모의 진부한 스토리로 적당히 감정을 자극하는 동화가 아닙니다. 슬픔을 잔잔한 기다림의 기쁨으로 승화시키는 아동문학의 수준 높은 미학적 경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음 세탁소>는 중편 동화로 초등 여자아이들의 우정과 갈등, 화해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초등 아이들이 공유하는 비밀, 공부의 압박, 외로움 등 은밀한 내면을 날 것으로 드러내며 ‘마음 세탁소’라는 기발한 장치와 작은 반전을 통해 좀 더 진실된 세계를 꿈꾸고 있어요. 아이는 물론이고 초등여학생을 둔 부모라면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 밖에 <나는 별이야> <소금별 아이> < 키 작은 삼촌> <상구야 자니> 등 수록된 모든 작품들이 하나하나 비단결처럼 곱습니다.
총 10편이 수록된 작품집 <꽃도둑>은 신인 작가라서 그런지 기성작가들의 동화에서 보이는 틀에 박힌 정형과 문장의 기교보다는 때론 통통 튀며, 때론 피아노 선율처럼 동심이 물결치는 신선한 맛이 느껴집니다.
작가는 서문에서 가슴으로 동화를 쓴다고 했는데, 여느 동화와는 달리 서정성이 유난히 돋보여요. 이렇게 서정적인 동화는 사실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범접할 수 없는 내공을 보여줍니다. 소녀적 감성을 지닌 작가의 마음이 읽을 때마다 많이 와닿습니다. 벚꽃이 부는 봄에 특히 잘 어울릴 것 같은 책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