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별이 다릿돌읽기
이옥선 지음, 최아름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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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화’가 있다면 읽히는 동화가 있습니다. 읽는 동화는 내가 “오늘은 몇 페이지 읽어야지.”하고 의식하며 읽는 거고, 읽히는 동화는 “헉, 벌써 다 읽었네.” 같은 류죠. 이 동화가 바로 후자입니다.

 

“또 흔한 동물을 소재로 한 얘기겠지.”…라고 생각했다가 제대로 한 방 먹었네요. 원래 고양이나 캣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글의 힘이라는 게 대단하군요. 초등학교 시절 '장화 신은 고양이'를 읽은 이래 고양이 소재 동화 절대 안 읽었는데 별이라는 고양이가 책 속에서 기어 나와 나와 내 손을 잡아 책 안으로 끌려가는 느낌이랄까요. 책 표지의 고양이 별이는 또 표정이 왜 그렇게 오묘할까요.

 

이 작가는 아이들과 어른의 마음을 동시에 울리는 신기한 마력이 있는 거 같아요. 고양이 얘기로 시작하더니 시치미 떼며 슬쩍 김 씨 아저씨의 젊은 날을 꺼냅니다. 별이 얘기와 김 씨 아저씨 얘기를 대비시키며 작가는 절정의 기량으로 동심의 원형을 마음껏 건드려요. 길냥이 별이의 이야기가 이토록 가슴이 저미는 건 어쩌면 우리들의 삶이 길고양이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겠죠.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통해 인간과 동물들이 함께하는 세상을 꿈꾸며 그 해결의 열쇠를 제시해 줍니다. 우리 모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생명의 고귀함과 사랑이 촉촉하게 녹아 있고 무엇보다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분별하지 않는 신의 세계의 비밀이 숨겨져 있거든요.

 

어느덧 도시 생태계의 일원이 된 길고양이들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보여 주는 책. 고양이를 통해 엄마를 돌아보고 자녀를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지만 별이 이야기는 별처럼 빛나는 우리 삶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길고양이 별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요? 아파트 경비실 뒤편 혹은 어느 주택 지붕 한구석에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들 마음속에?

 

아, 낭패스럽네요. 살다 살다 그 얄밉던 고양이 얘기 읽다가 눈물 질질 흘리다니. 별이가 달이를 만나는 후속작이 반드시 나왔으면 좋겠네요. 궁금증에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도 모르게 풍덩 빠지는 걸 보면 아무래도 오늘 고양이에게 홀린 것 같아요. 나만 울 수 없지. 이제 우리 애들도 울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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