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여행하다 - 공간을 통해 삶을 읽는 사람 여행 책
전연재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어릴 적, 같은 아파트에 살던 친구네 집에 놀러가면 고소한 버터향같은 냄새가 났습니다. 처음엔 그날 해 먹은 음식 냄새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친구네 집에 갈때마다 그 냄새가 항상 났습니다.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집마다 고유한 향기가 있다는걸 말이지요. 그 후로 어느 집엘 가던 그 집만의 내음을 맡아보는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어떤 집은 짠맛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집은 쿰쿰한 된장내음 같기도 하고, 어떤 집은 은은한 풀내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집마다 인테리어가 다르고 사는 사람이 다르듯 집이 가진 냄새 또한 다 달랐습니다. 같은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집마다 냄새가 다르다는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지금은 각기 다른 집 냄새보다는 집의 모양이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를 구경하는것보다는 골목 골목 이어져 있는 오래된 집 보기가 더 재미있고 차도 잘 다니지 않는 고급 주택가를 거닐어 보는것도 재미있습니다. 오래된 집은 세월만큼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쳐다보고 저렇게 쳐다보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집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당당하게 들여다보기 보다는 그저 길에서 훔쳐보듯 쳐다보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책의 저자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건축을 전공한 저자는 이탈리아의 소도시 페루자로 1년간의 상주여행을 합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 후로도 곳곳을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집에 머물면서 그들의 집이 건네는 이야기들을 이 책으로 엮었습니다. 때로는 친한 사람의 집에 머물기도 하고 어떤때에는 이메일을 주고받은 처음 만나는 사람의 집에 머물기도 하면서 그들의 삶에 들어갑니다. 낯을 많이 가리고 주위에 벽을 많이 세우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은 어렵게 느껴지는 일입니다. 낯선 누군가의 집에 머물며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는것은....

 

책읽기의 좋은 점은 내가 직접 체험하지 못하는 일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이 나에게 꼭 그랬습니다. 누군가의 집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을 공유하는 그런 경험은 쉽게 할 수 없을텐데 이 책을 통해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의 집을 보고 그들의 삶도 볼 수 있었습니다. 내 마음 속의 벽을 조금씩 허물어버리고 누군가의 집으로, 누군가의 삶 속으로 한 발 들여놓고 싶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