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 - 내맘대로 노래 듣기
류인숙 지음, 신대기 사진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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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

안타깝게도 기억에 없는 단어입니다. 아마도 나보다 조금 윗세대들이 어렸을때 로망이었던 카세트인가 봅니다. 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는 잘 몰라도 엄마를 졸라 얻어낸 삼성 전자의 마이마이, 조금 더 자란 후에는 소니사의 워크맨이 나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카세트 테잎을 넣으면 차르륵 차르륵 테잎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들려오던 그 때... 테잎이 사라진 자리에 슬그머니 들어섰던 CD 플레이어를 처음 가졌을때는 너무 기뻐서 침대 맡에 두고 자기도 했습니다.

 

음악이란 참 신기합니다. 세월이 얼마가 흘렀는지 상관없이 어떤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을 들었던 그 때로 기억을 되돌려 놓습니다. 늦은 밤시간을 함께 했던 이어폰 너머 윤상 오라버니의 달콤한 음성은 멋진 사랑을 꿈 꾸던 사춘기 시절로 돌아가게 하고,  봄.여름.가을.겨울의 라이브 음반은 음악을 듣고 저절로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됐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은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고 김광석의 음악은 가슴아픈 한 사람을 아련하게 떠올리게 합니다.

 

<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에서는 그런 기억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음악 속에 깃들어 있었던 저자의 기억들을 만나는건 나만의 추억을 만나는것과는 또다른 맛이 있습니다.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어린 나이에 생활전선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저자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대학에 진학 해 자신이 하고 싶었던 소설 쓰는 공부를 하고 이렇게 자신의 추억이 담긴 음악을 글로 풀어냈습니다. 그녀의 추억을 훔쳐 보는것 같아 괜시리 미안해지고 괜시리 고마워졌습니다.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을 음악과 함께 듣고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글의 말미에 실린 음반과 가수에 대한 코멘트도 참 좋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음악이 궁금해지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서 찾아 듣기도 했는데 음악을 듣고 난 후에 글을 다시 읽으면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을 다 덮고 나니 이 책의 저자는 요즘 어떤 음악을 들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어떤 음악을 들으며 그 속에 추억을 쌓고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지금 내 곁에 흐르고 있는 넬의 음악 속에 나만의 추억을 쌓아가듯 세상의 모든 음악은 누군가의 추억을 담아가고 있겠지요. 이 책을 만나는 동안 지난 추억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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