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의 꿈들 - 길에서 만난 세상, 인권 르포르타주
정지아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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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알고나면 슬퍼지거나 마음이 아플것 같은 현실에 대해 눈을 감아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눈 감고 고개를 돌려버리는게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는 것보다 쉽기에 모르는척 하고 싶어집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나와는 상관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모르는척 하는게 더 편했습니다. 한켠에 불편한 마음이 조금 있긴했지만 모르는척 눈 감고 귀 닫아버리고 살았습니다. 조금씩 철이 들어가면서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걸 깨달았습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에서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란 없다는걸 말이지요.

 

정지아 작가의 <벼랑 위의 꿈들>은 그동안 외면하고 싶었던 사람들의 맨얼굴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름 대신 '야 인마'라고 불리우는 외국인 노동자, 매달 1만 킬로미터 이상을 고속도로를 달리며 열악한 생활을 하는 화물트럭 차주, 엄청난 육체 노동을 요하는 일을 하면서도 100만원 남짓의 급여를 받는 요양보호사, 학자금 대출로 인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빚을 짊어지고 닥치는대로 아르바이트에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젊은이들, 노숙자와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서 있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고시원 사람들...

 

2010년부터 2012년 까지 <인권>에 연재되었던 기사를 모은것인데 현재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져서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진행상황을 기사 끝부분에 언급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좋은 사회란 누구나 평등한 기회를 갖고 최소한의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열심히 일하면 일하는 만큼의 보수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사회적 약자일수 밖에 없는 사람들은 국가에서 일정한 수준의 인권 안전장치를 해주어야 합니다. 이윤 창출이 최우선인 기업주에게만 모든 것을 맡겨둔다면 많은 사람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내몰릴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약자들에게 얼마만큼의 안전장치가 되어 주었는지는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책을 읽어갈수록 역시나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현실에 고개를 돌리지는 않을겁니다. 그동안 부조리한 처우에 대해 치열하게 싸워왔던 사람들로 인해 조금씩 인권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걸 알기때문에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혼자 보다는 둘이, 둘 보다는 셋이, 셋 보다는 열이 훨씬 큰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사태, 한진 중공업 사태 등 여럿이 한 목소리를 내면 해결될 수 밖에 없을겁니다. '희망'과 '연대'라는 말을 무겁게 무겁게 마음에 새겨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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