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그리는 페인트공 쪽빛문고 12
나시키 가호 지음, 데쿠네 이쿠 그림,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스케치북에 파스텔로 슥슥 문지른후 손으로 살살 문지르면 곱게 퍼지는 그 빛깔.

요즘엔 흔한 미술도구겠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파스텔은 나의 로망이었다. 엄마를 졸라 18색 파스텔을 샀을 땐 얼마나 기뻤던지...

이 색, 저 색을 섞어 문질러 보기도 하고 파스텔을 진하게 눌러 그려 흔적을 남기면서 색을 번지게 만들어도 보고... 손가락이 이런 저런 파스텔의 색깔들로 더러워져도 마냥 즐겁기만 했다. 색깔이 분명한 크레파스와 달리 부드럽고 고운 색감을 내는 파스텔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파스텔로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마음을 그리는 페인트공>의 그림도 어린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파스텔의 그림처럼 부드럽고 곱다. 단순화 시킨 그림이지만 세밀한 붓터치가 살아있어 느낌이 부드럽고 차분하고 밝은 색감이 곱기만 하다. 주인공 싱야가 배 위에서 바라보는 아침노을, 저녁뜸, 칠흙 같은 어둠의 그림은 책 속의 문장처럼 '여러 빛깔을 품고' 있었다. 세상 어떤 것도 한 가지 색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싱야는 페인트공이다. 싱야의 아버지도 페인트공이었는데 싱야가 태어나기도 전에 프랑스로 건너가 싱야를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묘비에는 '불세출의 페인트공, 이곳에 잠들다'라고 쓰여 있다는 말을 어머니에게 들은 싱야는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가기로 하고 프랑스로 가는 배에 오른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 아버지의 낡은 붓을 발견하고 어머니 곁에서 다시 페인트공으로 일을 한다.

 

외로워 하는 아가씨는 흰색을 원했지만 레몬옐로 색으로, 차분한 짙은 갈색을 원했던 손님에겐 빨강으로... 손님들은 자기가 말한 색이 아니라면 화를 내다가도 싱야가 칠한 색에 마음을 빼앗기고 행복해한다. 그렇게 싱야는 아버지의 낡은 붓으로 평생을 페인트공으로 살다 세상을 떠난다. 그의 묘비에도 '불세출의 페인트공, 여기에 잠들다'라고 쓰여있다.

 

아이도 없는 싱글인 나는 그림책을 참 좋아한다. 꽤 많은 그림책을 갖고 있는데 책장을 본 사람들에게 다 늙은 처녀가 무슨 그림책이 이리 많냐며 종종 타박을 받곤 한다. 그럼에도 내가 꿋꿋이 그림책을 보는 이유는 그림책이 마음에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마음이 심란하거나 짜증날 때면 아무생각 없이 몰입할 수 있는 미스터리 소설을 읽거나 그림책을 본다. 예쁜 그림들과 당연하지만 잊고 살고있는 이야기들을 보고나면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이 든다. 누가 뭐라고 하던 나의 그림책 사랑은 계속 된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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