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먼트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역자의 글 중에서 "이 글을 다시 읽으면서 여지없이 어떤 부분에서는 찔끔거리게 되었다"라고 써 있는 부분은 읽고 있노라니, "아니, 대체 어느 부분에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특유의 담백하고 어딘지 한 걸음 물러난 것 같은 느낌의 소설이었다.

삶에 가까이 다가가기 보다는, 제 2자로서 그 모습들을 관조하는 모습은, 바로 그렇게 때문에 오히려 그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죽음을 앞둔다는 것은 아직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다.

"누구나 죽는다"는 인간 전체에 대한 이 명제를 하루하루 체험하면서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오늘의 하루는 어제 죽어간 누군가가 간절히 바라던 하루다.

참된 삶을 맛보지 못한 자만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죽음이란, 노고와 고통 으로부터의 휴식이다.

죽음은 한 순간이며, 삶은 많은 순간이다.

 

죽음에 대한 명언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만큼 생과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절실한 인식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어쩐지 죽음!이라고 하면 엄청나게 진지하게 접근을 해야 할 것 같고,

죽음을 앞두지 않은 이상에 함부로 이러니 저러니 말하는 것은 경솔한 짓일 것 같다.

 

이 모먼트라는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그 죽음에 대해서 "살아있음"과 별반 차이 없이 접근한다는 것이다.

어쩐지 죽음을 앞두고 있으면 갑자기 초월해서 성인처럼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고 집착하지 않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고 정신의 가치를 먼저 실천하려고 하게 된다고 말이다.

아니면 정반대로 광기에 휩싸일 수도 있겠지만, 음, 그건 <좋지 못한 예>에 불과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 모먼트에 나오는 "죽음을 앞둔 이들"은 다르다. 아니, 이제껏 많은 문학작품에서 명언처럼 반복되어온 그러한 진지성에 대해서 좀더 현실적으로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고나 할까.

죽음을 앞두었을 때 빌게 되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라, 살아있으면서 꾸준히 유지해온, 똑같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나'라는 사람의 소원이다. 앞으로 계속 살아갈 게 아니기 때문에 많은 돈을 바라지도, 명예를 바라지도 않는다. 가장 인간적인, 누군가를 미워하니 그 사람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든가,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고 이해해주길 바란다든가 하는 거다.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것은 거창한 명제가 아니라,

사는 사람이나 죽는 사람이나 똑같이 살아가는 선상에 있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 것도 다르지 않아.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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