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공감
안은영 지음 / 해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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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입장이 되어 J라는 후배에게 써주는 편지 같은 내용이다.

읽고 있으면 에엑?하는 부분도 있고, 아아...하는 부분도 있다.

 

직장 여성이라는 스타트를 끊기 시작하던 시절의 작가는 우리들은 모르는 "남자들의 세계"를 뚫고 진입한 분임이 틀림없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내가 여기 있을 곳이 맞나, 이게 정말 여자로서 선택할 수 있는 행복이 맞나, 하고 끊임없이 치열하게 자기 자신을 검열하고, 또 새로운 나를 맞이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게 아닐까.

 

확실히, 이것을 읽으면서 <이 사람이 나를 공감해주는 구나>하고 느낀 점도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이 여자,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구나.>하는

찬탄이다.

 

그러니까 중학생 때 IMF를 맞고 대학교 때 취업대란을 겪고, 졸업하고 일정 기간 백수로 지낼 수 밖에 없으며 도서관에 들어가면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사람들로 득시글한 시기를 살아온 나는 분명 이 작가와 다른 치열함을 겪어냈지만.

 

그런 치열함이 아니라, 얼마든지 평온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기에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갈고닦으면서 살아가는 치열함 말이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그래도 돼, 너는. 너는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라는 선배의 마음이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깔려있다는 점이다.

 

자기 스스로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실은 그게 일을 하든 사랑을 하든 친구를 만나든 가장 중요한 것인데도

우리 주변에는 (또 내 주변에는)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적다. 아주 아주 적지.

 

이 책속에서 "네가 힘든 일에 빠지면 <거봐, 내가 그러니까 그렇게 하지 말랬잖아. 이렇게 하랬잖아. 내 그럴줄 알았지.>하면서 기회를 노렸다는 듯이 콕콕 쪼아대는 사람은 네 친구가 아니다. 그런 사람은 친구라고 믿지 마라. 진정한 친구는 그럴 때 묵묵하게 등을 내주고 같이 밥을 먹어주는 사람이다"라는 대목이 나오는데(정확히 이런 글은 아니었지만, 대략 이런 뉘앙스였다.) 확실히 내 곁에는 그런 사람이 꽤나 있고, 좀 솔직함을 보태어 말하자면 나도 그런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서 조금 속이 쓰렸던 챕터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건 내 주변에 나의 진정한 친구들이 분명히 있어서 날 사랑해주고 나를 그렇게 바라봐주고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가슴이 따뜻해져 오기도 했다.

 

바로 그것을 작가가 말해주니, 이 책을 읽는 이틀 동안 조금씩 나를 사랑해도 되는 거야, 하는 울림이 간간이 속에서부터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너를 믿어라, 사랑하라라고 말해주는 책. (그래놓고 이러저러한 사람이 되지 않으면 너는 사랑받을 자격조차 없어, 이 철딱서니없는 것아!하고 뒷통수치는 책은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다.) 또 너라는 여자는 얼마든지 사랑받아야 한다는 그 말. 참 고마운 책이었다.

 

덧. 고라니는 너무나 예민하고 공포심이 강한데다 눈치까지 빨라서 도리어 덫에 걸린다. 게다가 덫에 걸린 고라니를 구해주려고 차에 싣고 내려왔는데 3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폐쇄공포로 죽어버리는 일도 생긴단다. 고라니처럼 살지 말라는 내용이 나왔는데. 내 별명 중 고라니라는 별명도 있는데다가, 어쩐지 성격도 비슷한 것 같아 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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