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설이라는 룰에 충실한 책인 것 같다.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게 읽어내렸고, 시간이 지나는 줄 모르고 책에 빠져들었다. 재미있는 책을 읽어서 기분이 좋은 하루가 되었다. "살인의 추억"이나 "공공의 적" , "거북이 달린다" 영화의 영향 때문인지, 우리나라 강력계는 배불뚝이에 조금은 게으르고,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일하는 샐러리맨 같은 이미지가 강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무심한듯 시크하게'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조금 다른 점이라면, 대시만 해도 여자들이 껌벅껌벅 넘어올 정도로 잘 생긴 젊은 형사라는 것이다. 쌈질도 좀 하고 범인에 대한 감은 절대 틀리는 법이 없다. 무능함의 대명사였던 대한민국 강력계에 새바람이랄까. 문제라면 남들 다 하는 소박한 연애를 즐기고 싶으면서도 술마시고 원나잇밖에 할 줄 모르는 귀차니즘과 열정없음이다. 이 부분에서는 영화들과 일치하는 점이 있다. 그런 그가, 돈많고 똑똑하고 잘생긴 의사, 몸매 좋고 요리도 잘 하고 음악도 연주하며 쌈질까지 잘 하는 마약판매인을 알게 된다. 대체 왜 이런 가질 거 다 가진 놈이 마약을 팔고 다니는 거야, 라고 투덜거리지만 그의 삶에 하나 둘 씩, 접근해가면서 그 또한 그리 만만한 세상을 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거저 앉아서 들어오는 것은 없다는 걸 깨달은 걸까. 무심한듯 시크하게.. 무심한 척 하지만, 사실은 너무나 세련되게 겉을 꾸밀 뿐이다. 실제로 삶에 대해서 시크해 보이는 사람은 절대 무심하지 않다. 시크하게 보이기 위해서는 필살의 노력이 필요한 우리나라니까. 조금은, 무심한 척 하면서 시크하게 살아내보고 싶다. 아등바등 이악물고 살아내야만 "평범하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시크한 척 하는 범인과 무심한 형사의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하게 읽혔는지도 모른다. 줄거리를 다 늘어놓아도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는 또 다른 것 같다. 전철 안에서 내릴 역을 놓칠 뻔하면서 하루만에 읽어내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