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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위로 -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곽미성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평점 :
언어의 위로/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생활에세이
언어의 위로
작가 : 곽미성
2024. 11. 25. p215
마주 보고하는 대화도 때론
외국어처럼 들리는데 문화와 언어가
완전히 다른 곳에 어느 날 뚝 떨어진다면
외계인이 따로 없을 것이다.
커피 한잔은 고사하고 차를 타고
밥을 먹는 것까지 무게로만 느껴지는
언어, 외국어. 프랑스에 정착한 작가는
어떤 과정으로 불어를 습득했고
외국어를 어떻게 생각할까.
1
아, 뭐라 하셨죠?
배낭여행 한 달을 파리를 보고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빠져 있던
영화 공부를 위해 프랑스로 향했다.
자유와 해방, 그리고 영화의 나라 프랑스.
고난은 도착과 동시에 다가왔다.
학교생활은 좌충우돌, 간단한 인사
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한 작가는
오로지 고교입시란 관문을 통과한
깡으로 도전하지만, 언어는 오기와
독기만으로는 문을 열지 않았다.
생활과 문화를 알아야 의미를 아는데
대학생이란 대다수 젊은이가 쏟아내는
은어와 약어의 홍수 속에 모름을 숨기고
대충 넘어가며 수업을 듣고 토론했으며
시나리오도 쓰고 술도 마시며 부대꼈던
기간 두 해.
훗날 남편이 된 친구와 크게 말다툼을
하던 날, 내 감정을 쏟아내던 프랑스어.
말다툼이란 것보다 생각의 속도를
실시간으로 입으로 내는 환희, 역시
외국어의 가늠자는 싸울 때 나온다고
누군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미안한데, 그…. 뭐라고요? 그 단어는
무슨 뜻인가요?’ 그때마다 다시 설명해
주는 사람들, 작가의 프랑스어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며 물었던 것이
나의 언어로 자리 잡았다.
2
내 마음 두근거리는 프랑스어.
프랑스어가 문외한인 나도 불어는
아름답고 우아하다고 들어왔다.
“토론할 때는 상대의 기분 따위 아랑곳없이 논리로 밀고 나가는 프랑스 사람들이지만 이들이 일상으로 나누는 대화에서는 나로서는 따라잡기 힘든, 사랑과 다정이 몽글몽글 피어나기 때문이다.-53”
내 심장, 내 보물, 내 귀염둥이
내 벼룩(작고 보호 본능을 표현)
수십 년을 함께 산 시어머니가 남편을
‘새끼 고양이’라 부르는 나라.
공문서나 편지도 형식을 맞춘다.
‘당신을 읽는 날을 기다리며 저의 각별한 감정을 수락해 주시길 간청합니다.’
란 문구가 든 세금 독촉장, 보험료 인상
등을 통보한다. 읽는 내게는 웃음 주고
언어의 인플레이션에 신용은 떨어질 듯
하지만 마음속에만 두고 전하지 못해
나중에야 후회하고 아쉬워할 바에야
형식이지만 마음껏 일상에서 주고
받는 사랑의 메시지가 있는 낭만의
나라 프랑스. 오늘 아침도 연발한다.
“너에게 키스를 보내 jet’embrasse”
3
거울이 된 언어, 프랑스어.
“외국어는 모국어와는 다른, 하나의 온전한 세계를 담고 내게 왔다. 그러나 그 파장은 모국어로 이루어진 본래의 세계에 이질적인 세계가 스며들면서 생긴 균열이라 할 수 있겠다. 프랑스어가 내 마음을, 생각을, 나아가서는 가치관을 흔들고 시야를 확장시켰다.”
외국에서 외국어로 산다는 것은
약자이고 이방인이며 소수인 삶이다.
외롭고 포기하며 결핍을 느끼지만
그리움과 충만도 함께 채운다.
작가도 여느 유학생과 다르지 않다.
두 언어의 틈을 메우는 일이 나를
채우는 일, 쉬운 것은 없지만 깨우침
또한 많다. 새로운 사회와 역사를
알면서 언어의 힘을 깨닫는다.
목소리 높이는 일도 적지만
격하게 공감도 없는 사회, 칭찬에는
인색하지만 툴툴거리는 걸 좋아하는
사회, 가족주의, 연고주의 집단
엘리트주의가 만연한 사회.
이 나라가 자유와 평등과 박애를 외치며
목숨을 바쳤던 나라가 맞는지 의심들게
해 주는 것도 언어를 통해 알게 되었다.
4
내 이웃의 외국인들
짠 내 유머와 자기 디스를 곁들인 작가의
재밌고 유쾌한 글이 순식간에 프랑스에
빠져들었는데,
다른 나라의 언어로 산다는 것.
작가의 말처럼 두 언어가 완전하게
합치되는 말은 지금까지 못 찾았고,
앞으로도 못 찾을 것 같다고 했다.
대한민국 결혼 대상자 10명 중 1명이
외국인이란 기사를 봤다. 그들 역시
완전한 우리말을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해와 결핍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와 공감으로 어우러진 사회를
만드는데 소중한 간접 경험치를
선물하는 유익한 책
<언어의 온도>를 소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