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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미술관 - 그림 속 잠들어 있던 역사를 깨우다
김선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평점 :
사유하는 미술관/그림 속에 잠들어 있던 역사를 깨우다/아주 사(史)적인 30가지 명화이야기
인문 미술
사유하는 미술관
작가 : 김선지
2024. 7. 29. p391
한 줄 평 : 명화의 뒷이야기.
시대를 파악하는 매개는 많다.
음식이나 의상이 인연이 되는 경우도
있고, 작은 유물 한 조각에서 과거를
읽는 실마리가 되지만 보통은 공식적
기록이나 역사가의 지난한 노력으로
전해진 역사서를 통해 파악하는데,
글로 쓴 역사서 만큼이나
사실적이면서도 뒤탈이 두렵거나
아니면 상상에 맡기는 것이 더 사실적일
수도 있다는 작가의 배려심이 마음껏
발산된 것으로는 그림만 한 것이 없다.
<사유하는 미술관>은 말하고 싶지만
말하지 못한 작가의 속마음을 후련하게
대변하면서도 아주 재밌고 흥미로워서
미술과 역사를 동시에 공부하기에
딱 적당한 책이라 할 수 있는데
명화라고만 알고 있던 작품을
총 6개의 황금 키워드로 나눈 후
신비롭기만 한 왕의 세계에서부터
흑인 노예의 비참함까지 총 30개의
꼭지로 망라하였다.
저자인 김선지는
이화여대에서 역사와 미술사를
공부한 사람으로 미술사를 통한 역사
관련 저서를 여러 권 출간하였고,
현재도 <한국일보>에 미술 작품과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슈를
연관 지어 풀어보는 ‘김선지의 뜻밖의
미술사’를 연재 중이다.
1
그림 속의 카테고리
<사유하는 미술관>은 표지부터
예쁘다. 프랑스 북부 센 강변에서
인상주의 화가 마네가 평소 친하게
넣어 표지부터 명화집 향기를 내고
지내던 모네를 그린 그림,
<보트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네>를
책장을 넘기면 그림 하나하나에
세세한 소개 글이 저절로 빠져든다.
거기다 여섯 개의 키워드에
연결고리가 다섯 개씩 걸려있어
하나를 들추면 한꺼번에 통로가
열리는 기분 좋은 편집으로
문을 여는 키워드로는,
그림 속에 머문 왕과 비.
스캔들의 역사, 음식, 신앙, 힘과 권력
그리고 근대 사회의 빛과 그림자로
나누어 서술한 역사서이자 명화
소개서로 인문 예술에 대한 지평을
넓히는 데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2
그림 속의 왕과 비
고대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림을 말하면 왕과 비를 빼고는
이야기가 안 된다. 모든 중심이
그들에게 있고 일거수일투족이
중요했으니 당연한데도
사실보다는 역사가의 입맛에 맞춰
각색되고 왜곡되게 마련인데
그 왜곡의 심화는 클레오파트라
만한 인물은 없는 것 같다
그녀는 고대 로마의 지도자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의 양다리에서 ‘유혹자’로
평가받는데 아름다운 미모만으로
그들을 유혹했다고 하고 싶었다.
장군을 유혹한 요부로 폄하했지만
밝혀진 현대사는 오히려 뛰어난 역량을
소유한 통치자였다.
얼굴은 매부리코에 뾰족한 턱, 어디를
봐도 아름답다고 할 수 없지만
10개국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고 공정한
세금징수, 공공복지, 부의 재분배를
통해 이집트를 통치했단 사실을 묻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죽음조차도 신화적인 팜므파탈의
이미지만 부각된 여성군주.
이제는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작가는 뛰어났다고
평가된 군주도 다시 들여다 한다고
말하는데,
3
강력하고 멋진 왕의 속사정도 다르다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우주가 나를
중심하여 돈다고 생각했던 태양왕
루이 14세. 베르사유 궁전의 주인이며
17세기 파리가 세계적인 패션의 중심은
물론 유럽의 맹주가 되는데 기여한
절대적 인물이라고 평하지만
작가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말한다.
“사치스런 베르사유 궁전의 생활과 다수의 대외 전쟁은 국가 재정을 고갈과 빚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민중의 희생과 고통으로 남았다. 겉으로는 화려했지만 곪은 나라 사정은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폭발한다.”-71
강하고 멋진 왕으로만 남길 바랐지만
시간은 진리를 평가하는 좋은 잣대이다.
4
<사유하는 미술관>이 말하는 것들
“그림 속에는 그 시대와 사회를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다양하고 풍요로운 정보가 들어있다. 이런 점에서 예술 작품은 역사를 반영하는 기록물이자 인간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9
흑인 소년이 테이블 뒤에 서 있는 그림
소년을 모델로 한 그림으로 착각이었다.
하지만 식탁 위의 보석이나 랍스터와
똑같은 정물로 자신의 부를 과시했던
부유층의 소유물이었고,
클로드 모네가 그토록 사랑했던 런던의
안개는 산업화에 따른 스모그였고
선천성 다모증인 사람을 전시하여
노리개로 삼았으며 그 자녀를 정부에게
선물로 주는 등, 인간의 말로는 설명이
안되는 사실을 그림으로 담고 있다.
<사유하는 미술관>은 내가 알고
있던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며,
역사의 반전을 확인하기에 이만한
책은 없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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