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홍이 아니라 분홍 - 제29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우수상 수상작 고학년 책장
정현혜 지음, 전명진 그림 / 오늘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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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이 아니라 분홍


세상은 언제고 바뀐다. 안 바뀌는 것 같지만, 지나고 나면 엄청나게 바뀌어 있는 것이 세상이다. 가령 자신이 살았던 고향을 오랜만에 가봐도 그 안에서는 무수한 변화가 일어나있다. 도로가 바뀌었고, 상점이 바뀌었고, 학교이름이 바뀌었고, 새로운 건물과 신식 체인이 들어서게 되어 있다. 문제는 이 변화에 잘 적응을 하느냐 아니면 과거의 시점에 사로잡혀 있느냐 일것이다. 

폐족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의 귀족을 뜻하는 말인데, 이 책의 두번 째 챕터에 제목이 바로 폐족이다. 과거에는 잘 나가던 귀족이며 양반이며 사회의 상류층이었지만, 어느덧 세월의 흐름을 놓치고 밑으로 전락한 세력들. 나는 역사책이나 시대극 영화를 보면서 이 폐족에 대해서 묘한 짠함이 있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상적인 부분은 직업이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동화책은 많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 직업이 장군, 문신, 또는 왕족이거나 아니면 노비, 혹은 가끔 가다가 대장장이 같은 기술공이나 상인 들 우리가 흔히 드라마에서 보던 직업이 많았다. 하지만 여기서는 염색을 하는 사람이 나온다. 염색이란 색깔을 만드는 것인데, 색이란 것에 대해 읽는 내내 생각해보았다. 색은 마음의 다채로움을 나타낸다. 우리는 흔히 이별을 하거나, 뭔가 커다란 일을 겪었을 때, 머리 염색을 하기도 한다. 또 옷 색깔을 화려하고 튀는 것으로 입음으로서 달라진 의지를 표명하기도 한다 .그만큼 색깔이라는 것은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인간의 마음을 드러내는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또한 주목해서 봤던 것은 주인공 란이의 성격이었다. 당시는 왕권이 엄청난 사회였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당당하고 담대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소신있게 말하고 행동하는 란이의 성격은 오늘 어린 친구들에게도 무척 귀감이 되고 배울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정현혜로 이미 2015년 푸른문학상을 2016년 어린이동산 중편 동화 우수상을 받은 역량있는 동화작가이다. 이 책 역시 눈높이 아동문학상 동화 우수상에 당선된 작품으로 조금 발전시킨다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 


동화이지만 서정적인 문체와 더불어 중간중간 있는 그림 역시 동화치고는 꽤나 어른 스러웠는데, 문체의 성숙도와 어울려서 좋았다. 란이는 당차고 꿋꿋하지만 한편으로 안쓰러운 존재였다. 그런 란을 묘사하는데 가녀리면서 눈빛이 살아있는 그림체가 매력이 있었다. 어떤 이야기이건 중요한 것은 인물의 호감도와 매력이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글 속에서 맹활약해도 비호감적인 캐릭터가 있다. 반면 어설프고 실수 많고 바보 같아도 호감을 주는 인물이 있는데, 란이는 양단의 장점만 취하면서, 한껏 감정을 몰입하게 만드는 훌륭한 캐릭터였다고 본다. 


진홍이 아니라 분홍. 표지에는 붉은 색 천이 나부끼고 있다. 붉은 것은 정열일까, 아니면 마음의 상처일까, 읽는 내내 란이의 마음을 생각하게 만드는 인상적인 표지였다. 꼭 아이들이 아니더라도 어른이 읽어도 좋을 괜찮은 동화였다.


[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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