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
충청도하면 떠오르는 인식들이 있다. 우선 말이 느리다는 것. 그리고 말을 돌려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의외로 굉장한 유머 포인트가 되는데 실제로 유명한 개그맨들 중에는 유독 충청도 출신이 많은 점이 바로 이런 점에서 기인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충청도는 뭔가 여유롭다. 여유롭다는 것은 순진하고 뭔가 촌스럽다는 것과도 연결된다. 왠지 순박하고 정이 많고 조금은 답답하지만 평화로운 듯한 인상. 각박하지 않고, 그냥 저냥 살아가는 느낌.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아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충청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도 많이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특별하다. 제목부터 충청도의 뱀파이어가 등장한다. 충청도와 뱀파이어라는 서로 상반된 이미지다. 충청도가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느림, 순진함, 촌스러움을 상징한다면, 뱀파이어는 뭔가 괴기스럽고, 약간은 섹시하며, 또한 날카로움을 상징하는 듯하다. 대체 이 소설에서는 무슨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으로 첫 페이지를 열었다.
소설의 첫 페이지는 감염병 소식을 전하는 뉴스로 시작된다. 아무래도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도는 시대에 쓰여진 소설이라 그런지, 지금 시대의 이슈를 민감하게 잘 짚은 것 같다. 거기에 충청도라는 소재를 적절하게 잘 섞었다. 이 소설은 코미디를 기반으로 하되, sf적요소를 많이 띈 복합적인 장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작가는 송경혁으로 역시나 고향이 충북 청주라고 한다.
인상적인 것은 여기 나오는 사람들이 왠지 모르게 다 외로워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겉으로는 코미디와 호러 sf,그리고 작가의 문체 역시 빠르고 스피디하지만 사람들이 조금은 마음 둘 곳이 없어 보이는 점이 중간중간 멈추게 만들었다. 아마도 최근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가 여기에도 어김없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 같았다.
결국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이렇게도 죽고 저렇게도 죽는다. 그 죽음의 과정이 병일 수도 있고, 억울한 사고 일수도 있고, 심지어는 자살일수도 있다. 어느 누구하나 억울하지 않은 죽음이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짧지만 결국 우리가 산다는 것, 그리고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도록 도와주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표지였다. 표지에 청년 회장의 입이 피라냐처럼 되있는 그림이 있는데, 물론 캐릭터를 잘 살려 그런것은 좋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표지라 생각되었다. 물론 뒤에 나오는 이야기의 속도와 재치가 있어 금방 해소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깊어가는 가을, 잠시 현실을 잊고 농촌을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경운기처럼, 조금 덜컹거리지만 가다 보면 가을바람에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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