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 워크 - 242억 켤레의 욕망과 그 뒤에 숨겨진 것들
탠시 E. 호스킨스 지음, 김지선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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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워크


학창시절 새신발을 신고 나가는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데 왠지 자신이 새 신발을 신었다는 것이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한 오묘한 기분. 신발은 이렇듯 사람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마법이 있다. 또한 신발을 사주면 애인이 도망간다는 말이 있기도 하고, 구두는 대대로 성적 의미를 상징하는 동화나 민담의 소재이기도 했다. 


그만큼 신발은 우리의 생활에 밀착되어 있다. 그런데 이 신발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소비되는지 생각해본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너무나 신발이 당연한 것이고, 너무나 많은 신발이 있고, 친숙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신발에 대한 책이다. 정확히 말하면 신발 산업에 대한 이야기이고, 어쩌면 그 안의 노동과 구조에 대한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사실 물건이라는 것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나오기가 어렵다. 아무리 에이아이가 발달하고 컴퓨터와 로봇, 공장자동화가 된다고 해도 말이다. 더군다나 신발처럼 약간의 불편함이 있어도 퇴짜를 맞는 물건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전세계의 신발의 숫자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2019년 한 해에만 전 세계에서 매일 6660만 켤레의 신발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는 운동화를 몇개월 만에 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새 신발이 나오면 수집하듯 모으기도 한다. 진열장에 올려 놓은 채로 말이다. 누군가는 몇 백만원하는 신발을 고이 모셔 두기도 하는데 비해,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은 한켤레로 몇년?을 버티기도 한다. 신발만큼 빈부의 격차를 잘 보여주는 물건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의 한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치밀하고 집요하게 몰고간 집중력이라고 본다. 사실 노동에 대한 책은 많고 산업구조의 부당함과 부조리를 다른 책도 많다. 그런데 늘 읽다보면 너무 범주가 넓고, 그래서 어쩌란말인가? 우리의 환경과 사회가 이런걸? 하면서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신발이 주인공이다. 그러다보니, 주장이 조금 산으로 간다 싶을 때 다시 신발이라는 키워드로 중심을 잘 잡아준다. 그래서 읽다보면 내가 신발산업의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구나 하고 착각이 들 정도이다. 


읽으면서 인정하기 싫은 부분도 많다. 이정도로 처참한 환경이 있다니 하면서 괜시리 미안해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진가는 그 때부터일 것이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공론화해서 더 발전시키고, 혹시라도 그 혜택을 우리가 누리고 있다면 양심적으로 조금은 덜어내자는 것일 것이다. 


미래의 산업 키워드는 에이아이 일것이다. 문득 로봇이 신발을 신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인간만이 신발을 신는 것이겠지. 로봇이 아닌 인간은 신발을 신고 노동의 현장으로 가는 것이다. 다가올 미래에는 더 나은 환경과 구조 속에서 신발이라는, 아니 세상의 모든 생산물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흥미로운 관점을 지속적으로 주는 괜찬은 책이었다. 

[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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