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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시대 ㅣ 리토피아 소설선 4
방서현 지음 / 리토피아 / 2022년 5월
평점 :
좀비시대
이 소설의 시작은 연수원 장면으로부터다. 연우라는 남성이 학습지 회사에 취업을 하고 연수를 받는 장면이다. 학습지라는 것은 우리는 안다. 어린시절 한번쯤이면 누구나 단순반복계산을 연습한다며 그 교재를 풀었거나, 친구가 하는 것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 때는 상냥하고 친절한 학습지 교사의 얼굴이 모델로 있고, 그 학습지를 통해 성적이 오르는 친구들을 보며 굉장히 따뜻하고 효과적인 시스템으로 여기곤 했다. 물론 지금도 많은 학습지 회사는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 나오는 학습지 회사는 그렇지 않다. 부당대우를 하고, 억지로 회원수를 강요하고, 그것을 못하면 교사의 돈으로 채워넣게 암묵적 강요를 하는 것이다. 그과정에서 동료 학습지 교사가 자살을 한다. 그러면서 연우가 그 사실을 알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과정을 다루고 있다.
사실 제목만 보면 요즘 유행하는 좀비물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매우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마치 실제 근무해 본 것 같은 학습지 회사의 디테일함이 살아있다. 그래서 신문기사나 르포, 마치 다큐를 보는 듯한 생생함이 녹여져 있다. 물론 전체적인 구성은 이미 본듯한 서사이다. 부조리한 회사, 억울한 회사직원, 그 중간에서 갈등하는 직원, 그리고 행동. 그런데 이 소설은 마지막에 사뭇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그것이 그리 길지는 않다. 짧고 강렬하다고나할까? 왜 제목이 좀비시대인지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노동의 가치가 점점 축소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평생을 뼈빠지게 일을 해도 집 한채 구하기 어려운 시대라고도 한다. 그리고 제대로 된 노동을 하고 싶은 데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노동을 하는데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노동자의 권리만 내세우고, 약자 코스프레를 하며 기생충처럼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어찌보면 모두가 다 피해자이고 희생자이다. 진짜로 열심히 일하고, 그런 회사를 만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소중하게 하는 것일 것이다.
소설의 문체는 부드럽거나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딱딱하고 직선적이다. 아마도 현실을 고발하고, 폭로하는 이야기라 그런 것 같다. 저자가 소설에 매우 진심인 것이 느껴진다. 표지의 색깔은 매우 검고 어두운데 이런 현실에 그래도 한줄기 빛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심정이 소설의 글에서도 표지에서도 느껴졌다.
여름도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비도 많이 오고 이런 현실에서도 누군가는 고된 노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정당한 노동이 정당한 댓가를 받는 시대는 유토피아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비가 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스피디하게 현실을 뚫고 지나가는 기차같은 소설이었다.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