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어의 맛
구효서 지음 / 문학사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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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어의 맛


한국문학을 비판하는 목소리 중 하나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문학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소위 순문학이라 불리는 장르 중 소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장르소설이나 sf소설이나 웹소설이 아닌 소설은 그런 비판을 듣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고 왜 재미없냐고 하면 너무 관념적이고 생활속 이야기를 하지 않는 다는 비평이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오랜 기간 한국 소설을 이끌어온 작가 중 한명인 구효서 작가의 새로운 소설집이 나왔다. 제목은 웅어의 맛이다. 구효서 작가는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서 그동안 너무도 많은 작품을 쓴 유명한 작가이다. 상도 매우 많이 탔는데, 한국일보 문학상, 이효석 문학상, 황순원 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국내의 굵직굵직한 문학상은 거의 다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구효서 작가가 많이 듣는 평 중 하나가 바로 관념적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 관념적이라는 것이 과연 재미없음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결국 어느정도 관념의 세계이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보다 우리의 생각에 의해 지배되는 비중도 큰 세계이다. 더군다나 소설은 그러한 의식을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기에 어느정도 관념적일 수 밖에 없다. 또 구효서 작가의 작품이 관념적이라고해서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읽다보면 인물의 내면에 깊이 빠져들기도 하고, 특유의 분위기에 취해 소설에 흠뻑 젖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이번 소설집에는 총 6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나는 이중에서 풍경소리가 가장 좋았다.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이기도 한 이 작품을 읽고 나면, 어느선가 불가의 목탁소리와 함께 새벽녁 희뿌연 해가 떠오르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우리는 요즘 너무도 많은 매체에 시달리고 있다. 시달리고 있다라는 표현을 한 것은 그만큼 많은 영상과 음악, 등 시끄러운 콘텐츠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정보는 생각을 도리어 차단하고, 사람의 감정을 헤아릴 시간을 주지 않는다. 즉각적이고 충동적이게 된다. 하지만 구효서 작가의 작품을 하나하나 읽다보면 맞아, 인간이란 이런것이지. 인간의 오감은 이토록 오묘한 것이구나, 하는 깊은 사색에 잠기게 된다. 풍경소리와 더불어 표제작 웅어의 맛도 끝으로 갈수록 꼽씹어 볼만한 작품이었고, cafune라는 작품은 역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서 좋았다. 


한국 문학의 위기 , 더 나아가 한국 소설의 위기가 자주 거론된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장르의 확장 같은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소설 그자체가 가지는 힘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구효서 작가가 계속 자신만의 특색있는 작품을 계속 써나가길 희망한다. 오랜기간 꾸준히 쓰는 작가는 생각보다 흔치 않다. 그만큼 자기 절제와 부단한 노력이 수반되었을 것이다. 한국 문학이 언젠가는 세계화될 것이라고 보는데 그날이 되면 이 책들의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여름밤 마음이 차분해지는 좋은 소설집이었다.


[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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