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파이크 - 뇌를 누비는 2.1초 동안의 파란만장한 여행
마크 험프리스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22년 6월
평점 :
스파이크
우리는 수많은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을 굳이 분류해보자면 세가지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과거에 대한 기억, 그리고 현재의 감각, 거기에 미래의 예측까지. 이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예측일 것이다. 과거의 기억은 늘 흐릿하며 현재의 감각은 지나고 나면 허무해지는 것을 경험한다. 하지만 미래의 예측은 어쩌면 도박과 같은 짜릿함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맞을지 틀릴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생각을 하고 예측을 하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스파이크 이다. 배구에서 강하게 꽂아때리는 것을 스파이크라고 하듯이 이 책은 제목처럼 굉장히 강렬한 내용으로 전개되어 있다. 분류를 해보자면 신경 과학 이야기 인데, 저자가 말하는 것을 따라가다보면 이따끔 그 통찰과 이론에 마음 속에 강하게 충격이 오곤한다. 우선은 책을 읽기 전에 스파이크 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스파이크란 뇌를 구성하는 800억개가 넘는 신경세포인 뉴런이 자극을 통해 아날로그 신호를 발생시켜 세포체로 전달하고 그 크기가 역치값을 넘으면 펄스 형태로 신호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다소 어려운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자발적 스파이크가 하는 일이 예측이라고 말한다면 조금 이해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살면서 많은 갈래에서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의 과정에서는 수많은 판단을 하고, 그 판단이 늘 새롭게 갱신되고 업그레이드 되길 바란다. 가령 시험문제를 풀때를 생각해보면, 수많은 오답가운데 우리는 정답을 찍어야할 때가 온다. 5가지의 보기 중 우리는 어떤 판단으로 하나의 답을 찍는 것일까, 이때의 과정도 하나의 스파이크로 설명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하나의 과정을 설명하는 것에 대해 개수주의자와 시간주의자와의 논쟁이 있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개수주의자는 뉴런이 스파이크의 새구에 메시지를 실어 전송한다고 믿으며, 시간주의자는 뉴런이 스파이크를 방출하는 시기를 통해 메시지를 전송한다고 믿는다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이론이 형성되고 고착화되는 과정을 하나의 스토리처럼 설명한다. 그래서 쉽기도 하지만 때로는 조금 어렵기도 하고, 사전 지식이 많다면 더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거침없는 저자의 자세다. 보통의 이런 서적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의견을 펼쳐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마치 소설책을 읽는 것처럼, 그것도 커다란 장편 대서사를 읽는 느낌이 든다. 저자의 힘과 기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과연 우리는 어떤 과정을 통해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하며 예측까지 하는지 뇌의 근원과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다. 한 여름에 힘껏 몰입해서 읽다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는 책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