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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포장마차 4 - 까마귀의 왕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가일 지음 / 들녘 / 2022년 1월
평점 :
신데렐라 포장마차. 들녁.
시리즈물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 첫 작품이 성공하면 그 포맷 그대로 다음 작품을 가져가되 인물이나 에피소드를 바꿔서 풀어내는 것이다. 장점이라고 하면 첫 작품의 명성에 기대어 어느정도의 퀄러티가 보장된다는 점이겠고, 또한 그 패턴이 익숙하기에 안정감을 줄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다. 하지만 단점으로는 그 패턴이 의외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매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그래서 시리즈가 계속되면 처음의 신선함과 화려함이 줄기도 하고, 실망감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문학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다양한 장르의 시리즈 물이 나오고 있고 그 안에서 흥망성쇄도 무척이나 여러가지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신데렐라 포장마차는 추리소설의 장르를 취한다. 이 책은 그 네번째 시리즈로서 부제는 까마귀의 왕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신데렐라 포장마차는 밤 11시에 오픈하는 푸드트럭이다.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로부터 이야기가 새롭게 펼쳐지고 순식간에 몰입과 긴장이 증폭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실 1권부터 3권까지의 정보가 없었기에 걱정이 많았다. 연결이 안될 수 도 있고, 괜히 너무 재밌어서 1권부터 다시 읽어야 하나? 하는 즐거운 고민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론만 말하면 후자의 걱정이 맞았다. 4권을 읽음으로써 1권이 당연히 궁금해졌다. 어쩌면 이는 이 작가에게 매우 고마운 일일 것이다. 하나를 읽음으로 다른 편도 읽게 되는 일은 보통 드문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장점은 캐릭터에 있다고 본다. 하나하나 대사가 살아있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신영규와 김건 뿐 아니라 상대편들도 왠지모를 포스와 카리스마를 심어주어 읽는 내내 호김심이 일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은 계속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그래서 대체 결론이 무엇이지 하는 과정이 주 재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살아있는 캐릭터로 인해, 그때 그때의 장면이 재미있었다. 드라마로 치면 아무때나 틀어 보아도 그 숏컷 장면이 주는 몰입감과 현장감 때문에 채널이 돌아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소설에서 재미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메시지가 있는 소설이나 문체가 살아있는 문학 등 어찌 됐건 모든 장르를 불문하고 소설은 재밌어야 한다. 하지만 문학판에 주류를 이루는 요즘 한국소설은 특유의 무게, 우울, 그리고 피해의식으로 가득하다. 그럴때면 마음 편하게 읽는 이런 소설을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절대 가벼운 주제의식의 소설도 아니다.
날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 어찌보면 밖으로 나돌고 싶은 날씨이다. 그렇지만 이럴때 머리속안의 즐거운 추리게임을 하면 어떨까? 복잡한 세상을 잠시 잊고, 나와 소설 속 인물간의 즐거운 놀이, 그러다 보면 그 세계안에서 내가 찾던 진짜 세상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흡입력을 갖춘 괜찮은 소설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