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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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 이어령.


얼마전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슬퍼할 소식이 있었다. 바로 국가적 지성으로 알려진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타계 소식이었다. 이어령 교수는 장관이면서 작가이면서 교수도 하신 그야말로 이 시대에 선각자 같은 분이었다. 늘 새로운 사상으로 사람들의 머리를 일깨우는데 앞장 섰고, 그러면서도 우리의 고유의 문화와 혼을 강조한 글은 언제나 우리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하다. 


이 책은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 젓가락의 문화 유전자’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즉 젓가락에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채롭게 펼치면서 과연 한국인은 누구인가를 묻고 있는것이다. 


나는 그중에서 손의 감각을 깊이 파고든 부분이 재미있었다. 인간의 손에는 1제곱센티 당 1000여개의 신경종말이 분포돼있고 그 대부분이 손가락 끝에 몰려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손이 발달한 사람은 결국 머리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칸트는 손을 눈으로 볼수 있는 바깥의 뇌라고 까지 말했다고 한다. 그런 손의 감각으로 젓가락을 사용하는 우리 한국인이 얼마나 머리가 발전할 수 있었을까? 내심 이어령의 통찰력을 엿볼수 있는 대목 이었다. 


지금까지 이어령의 여러 책을 읽어왔지만, 그 때 마다 감탄 했던 것은 사물들을 연결시키는 능력이었다. 그것은 상상력과는 다른 무언가를 공통적인 속성을 뽑고 그것들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능력인데, 어떤 용어로 표현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어령의 뇌는 그런 능력이 아주 뛰어났던 것 같다. 그래서 읽다보면 지식과 상상력으로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젓가락으로 시작했지만, 이야기의 소재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런데 그것이 산만하거나 복잡하기 보다는 마치 기분좋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청량감과 스릴을 준다. 


책을 다 읽을 즈음에는 이제 이어령의 훌륭한 글을 더 볼 수 없는 것일까하는 생각에 잠시 마음이 슬퍼졌다. 물론 그가 이미 남긴 수십권의 책만해도 우리는 그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새로운 글은 아마 없겠지만, 그가 과거 썼던 글들이 새 시대로 넘어간다면 그것은 다르게 해석되고 또 새로운 창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것이 시대에 맞게 새 글이 된다고 볼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덮고 이어령의 과거 책을 더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문득 오래전 이어령의 서재를 찾아간 방송이 기억난다. 고령의 나이였지만 하루에도 끊임없이 많은 시간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그의 책상은 매우 복잡했다. 7대인가 8대의 컴퓨터가 동시에 연결되어 있었고, 시시각각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기위한 도구도 가득했다. 지적 호기심으로 평생을 산 그처럼 늘 깨어있고 기록하고 세상을 흥미있게 바라봐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는 세상을 떠나갔지만 영원히 세상에 남을 좋은 생각을 볼 수 있는 고마운 책이었다. 



[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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