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는 철학자 - 운전이 어떻게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
매슈 크로퍼드 지음, 성원 옮김 / 시공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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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는 철학자. 시공사.





20살이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중에 아마 1위는 운전면허를 따는 것, 그리고 운전일 것이다. 운전은 그야말로 인간의 이동을 근본적으로 바뀌어 놓고 생활의 질과 생각의 차원도 바꾸는 놀라운 일이다. 그전에는 걸어서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원하는 장소에 갔다면 이제는 얼마든지 원하는 시간에, 그리고 훨씬 단축된 시간에 내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훨씬 큰 세상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인간이 운전이라는 것을 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자동차가 만들어진지 200년이 채 되지도 않았고, 그것이 대중화 된것은 100년도 안됬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마이카 시대가 된지 이제 30년도 채 되지 않은 것이다. 운전이라는 키워드는 그래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하지만 실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운전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 있게 고찰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정치철학 박사이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의 고등문화학술원의 선인연구원이라고 한다. 이 책은 뭐랄까? 운전으로 인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철학적 사유를 다 담은 책이라고 간단히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꼭 철학적인 것 뿐이 아니라 기계적 메커니즘 부터, 윤리, 경제, 그리고 정치, 거기에 심리까지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한 분야에 대해 이렇게 파고들수 있다면 정말 못해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는 덕후의 시대라고 한다. 가령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이 과거에는 그저 덕후의 특이한 취미로 파악이 되었다면, 이제는 그렇게 아이돌을 좋아해서 하나의 부를 창출해낼수 있고, 그것이 사업 아이템도 되고, 사람을 만나는 수단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그렇게 아이돌을 좋아해서 거기에서 인생과 인간에 대한 온갖 철학적 사유를 피어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무엇을 좋아하던지 간에 결국 인간이 하는 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저자에게 감명한 것은 저자는 정말 차, 그리고 운전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얼마나 좋아해서 그런 세세한 것까지 파고들수 있을까. 감탄을 하면서 보았다. 특히나 재미있던 부분은 운전하는 사람의 도덕적 유형을 생각한 부분이었다. 우리는 운전을 하면 성격이 나온다고 흔히 얘기한다. 그리고 부부간이나 애인간에 운전을 가르치다가 서로 밑바닥을 보거나,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를 많이 듣게 된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운전이 매우 위험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운전은 말할 것도 없고, 나는 정상적인 운전을 함에도 타인의 잘못이나 천재지변으로 인해 생명과 직결되는 위기가 느닷없이 찾아올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운전의 순간에 인간의 본심과 도덕적 수준도 알 수 가 있게 된다. 


저자는 운전에 대해 자신의 생각만을 나열하지 않는다. 다양한 영화, 책, 그리고 뉴스, 통계를 가져와서 이유를 설명하고 서브텍스트를 보는 재미를 준다. 사실 미래는 자율주행의 시대이고, 더이상 인간은 운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 방대한 깊이가 있는 운전이라는 행위를 인간에게서 멈추게 한다면 참 인생을 사는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지금 보고 느끼고 집중하는 것은 무엇이든 철학의 소재가 된다. 모처럼 독특한 시각과 방대한 지식으로 둘러싸인 괜찮은 교양서를 읽은 느낌이었다.




[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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