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델과 어니스트 북극곰 그래픽노블 시리즈 7
레이먼드 브리그스 지음, 장미란 옮김 / 북극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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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과 어니스트. 북극곰.



우리가 한 평생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단연코 부모님이다. 어린 시절 가만히 놔두면 짐승과도 같이 울부짖을 뿐인 우리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가르치고, 했던 분들. 우리는 부모라는 존재에 대해 어느 순간부터 공기와도 같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원래 있던 것처럼. 그리고 그것이 영원히 쓸 수 있는 무한한 자원인 것 처럼.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부모라는 존재도 실제로는 무척이나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부모가 아니었다. 그들도 철없고 꿈많고 객기어린 아이에서 시작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사실 불안한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역할이 생기면서, 정확히 부모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면서 미지의 힘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한 존재를 챙기고 살리고 아껴야 하겠다는 절대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힘이 말이다. 


이 책은 어찌보면 한 세대의 사람 이야기 같기도 하고, 역사적 사실을 그려 놓은 것도 같지만, 알고보면 정말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한 부부의 이야기이다. 


처음 만나는 장면이 이채롭다. 창가에서 먼지를 터는 에델을 보고, 자전거를 타던 어니스트가 인사를 한다. 낭만적이고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일 것 같은 그들의 이야기는 막상 그리 순탄하지 않는다. 바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인류는 각 시대마다 개인이 어찌 할 수 없는 역사의 소용돌이 안에서 요동치기 마련이니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바로 마지막 죽는 장면이었다. 모든 부모는 죽는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에델과 어니스트도 죽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앞서 보여줬던 그들의 생에 대한 따뜻하고도 애정어린 시선과 사랑을 봤기에 그들의 죽음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들은 41년을 한 집에서 살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나무가 있다. 그들의 자손이 씨앗을 내리고 열매를 맺고 줄기가 자란 나무가.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나무처럼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는 것은 열매를 보기 위함도, 멋진 향을 내기 위함도 아닐것이다.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났으니 사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운명같아 허무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게 사는 인생에서 찾아내는 순간순간의 행복이 그래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만화로 구성된 책이지만, 보고 있으면 만화같지가 않다. 왠지 영화같고 드라마 같다. 그림이 정성들여 그려졌고, 섬세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감정선이 유려하게 흘러가서 일까. 그래서 페이지를 쉽게 넘기기가 쉽지 않다. 한장 한장을 음미하며 보고 싶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잔잔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그림책이었다.  


[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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