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롱 시한부
김단한 지음 / 처음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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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선고를 받는 다면 어떤 기분일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없이 봐온 장면이지만, 막상 우리에게 닥친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하기는 매우 어렵다. 분노, 부정, 체념, 수용, 승화, 이런 정신의학적 과정을 겪을까. 아니면 정말 의외의 일이 펼쳐질까. 


여기 짧으면 2개월 길면 6개월이라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안나라는 인물이 있다. 그녀의 담담하면서도 위트있는 이야기들, 하지만 그 이야기 숨겨진 사실을 알기에 마냥 즐거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


이 책을 읽는 감정은 복잡하다. 웃을 수 도 울 수도 없는 이야기들이다. 시한부란 그런 것이다. 끝이 예상되기에. 


우리는 끝을 아는 과정이 얼마나 지리한지 이미 알고 있다. 


결말을 다 아는 뻔한 반전 영화나

3년 뒤 이혼할 것이 확정된 결혼.

1년 사귀고 헤어질 것이 확실한 연애..


이런 것을 상상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 대상과  사람을 마주해야 할까.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나? 아니면 그 반대의 말이 맞을까?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 맞는 것 아닐까? 아니다. 뭐가 맞을 지는 모른다. 


우리의 삶이 희극인지 비극인지 두가지 중 하나로 나누려는 행위가 어쩌면 바보같은 짓일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이야기는 모두 그렇다. 희비극 같은 이야기들.


그중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사는 것이 코메디다’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코메디가 아니면 뭔데 라는 질문에


사람 사는 건 다 코메디이고, 우리는 코메디 배우라고 말하는 안나.....


우리는 울고 웃고 화내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도 결국은 코메디가 된다.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웃음이야 말로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고, 힘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또 기억에 남는 부분은 ‘하이힐을 신고 산에 오를 것이라고 ‘ 하는 안나의 말이었다. 하이힐은 사실 건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신발이다. 발이 긴장을 유지하게 해 몸테를 일시적으로 길고 예뻐보이게 할지몰라도 발의 변형을 가져오게 하고, 신체의 불균형과 피로를 야기한다. 즉 신발로써의 기능은 오로지 미적 기능말곤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신고 산에 오른다니. 우리가 무언가 미를 추구하는 것은 상대를 유혹한다는 고전적 심리학에서 부터, 자기 만족 까지 다양한 기반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산에 갈때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 그럼에도 , 그럼에도 하이힐을 신고 산을 타는 안나를 나는 상상해 보았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아래는 어떤 장면일까. 누군가를 만나고 자신의 미를 뽐내고, 그럴 나이에 말이다. 


죽음에 관한 책은 많다. 죽음도 공부이며 학습이며 의미있게 준비하라는 책도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제이다. 정작 죽음이 코 앞에 닥쳤을때 사람들은 의연하고 담담하게 그것을 대할 수 있을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솔직하고 차분한 감정이다. 읽는 내내 그 무게감에 나의 가볍고 안일했던 죽음에 대한 마음이 몹시도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우울하지 않고 위트와 유머와 여유도 있다. 조금 더 성숙하고 세상에 대해 더 진지하게 살아갈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라 생각된다. 나이롱 시한부.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하루하루 생을 더 충실하게 살아가야 할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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