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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
술라이커 저우아드 지음, 신소희 옮김 / 윌북 / 2022년 1월
평점 :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하자면 이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두서없이 대뜸 이렇게 얘길하면 왠 책 찬양이냐고 반문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마음을 울렸고, 가장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많은 소설이었다. 적어도 최근 1년 간은 그렇다.
우선 가독이 좋다. 가독이 좋다는 말은 여러가지로 해석 될 수 있다. 문장을 단순하게 써서 그럴수도 있고, 어휘를 어려운 어휘를 안써도 그럴 수 있다. 또는 문장이 짧고 반복과 대구를 활용해 마치 어린 아이가 쓴 것 처럼 혹은 인위적인 리듬감을 넣어서 가독을 좋게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그런 단편적인 가독이 아닌 생각의 흐름 측면에서 가독성이 있다. 같은 말을 해도 생각의 단위가 건너뛰게 되는 간극과 거리가 읽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주는 논리 말이다. 이책의 저자는 때론 어려운 병원 어휘도 쓰고, 때론 묘사도 길고, 때론 추상적인 말도 한다. 따라서 가독을 좋게 하려고 저 앞에 쓴 피상적인 꾀를 쓰지 않음에도 글쓴이의 사고 자체의 깊이 때문에 보는 사람이 편안하게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어와 외국어며 번역의 문제도 아니다. 그저 사고의 흐름과 깊이 덕분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솔직하다. 글이란 것은 생각을 정리 한것이기에 조금의 각색을 거친다.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도, 심지어 세계에서 극찬 받는 안네의 일기도, 나는 약간의 각색과 포장을 거쳤다고 확신한다. 그것이 인간이고, 예술의 본질이며, 사람의 기본 욕망이다. 기본적으로 솔직이란 것은 그것을 꺼내는 순간부터 부패하고 닳게 된다. 물론 이 책의 저자인 슬라이커 저우아드 역시 자신의 감정과 행동에 대해 일종의 윤색을 거쳤을 거라고 믿는다. 그렇다하더라도 솔직하다. 투병 생활을 하며 겪는 그 주변 사람에 대해 순차적으로 변하는 마음이 과감없이 드러나 있다. 그것은 때론 창피하며, 부끄럽고, 자신을 하염없이 파렴치한 또는 인간이하로 보이는 작업이긴 하지만, 저자에게는 그런것에 대해 꺼릴 것없이 내려놓음이 보인다. 어떻게 아냐고 ? 다른 말은 별로 붙일 필요가 없다. 읽어보면 안다. 그것을 판단하는 것이 독자가 가진 능력이며 특권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우리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한다. 나는 생각한다. 나아진다는 것이 무엇일까. 시스템을 바꾸고 사회를 개혁하고 커다란 수치를 내보이고,.. 이런 것들이 우리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자신의 삶이 어제보다 나아지는 것이 전제 되어야 한다. 다 필요없이 세상의 모든 사람의 삶이 어제보다 0.1%만이라도 좋아진다면 세상은 엄청나게 좋아질 것이다. 그런점에서 한 개인의 진보가 중요한데, 그 것을 이루게 하는 것은 역시 특별한게 아니라, 과거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미래의 대한 의지, 그리고 현재에 대한 집중 일 것이다. 나는 여러번 이 책을 읽으며 세 가지에 대한 단상을 수시로 오갈 수 있었다. 그저 젊은 엘리트의 백혈병 치료기로 이 책을 보아선 안된다. 읽는 독자의 삶이 분명 달라질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책은 오랜만이었다.
너무 찬양만 해서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좋은 책은 더 멋지고 화려한 말로 수식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컨텐츠니 뭐니, 하며 온갖 볼거리 , 먹을 거리, 들을 거리,..... 그냥 이 책 읽으면 그간 봤던 온간 유치한 미사여구 달린 컨텐츠 들을 보며 느끼고 했던 감상과 의견들은 아주 작게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저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읽는 내내 나는 저자뿐아니라 윌에게도 마음이 많이 갔다. 나는 과연 윌처럼 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누군가에겐 그런 헌신도 있었다는 기억을 잊지 말고,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야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