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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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가다보면 멋진 건축물에 감탄할 때가 많다. 특히나 외국의 유명한 관광지, 이를테면 런던이나 뉴욕, 파리, 베를린을 가다보면 그 거리가 미술관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도 길거리 곳곳에 미술품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제목처럼 거리에서 볼수 있는 미술품이라니, 표지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책의 저자는 기자이다. 국민일보에서 부국장이자 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미술평론을 쓰기도 한다. 그래서 인지 글이 명료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책의 구성 또한 심플하면서 명확하다. 4군데로 구성된 책에서는 미술관에서 보는 일반적인 미술품이 아닌, 거리 곳곳에 있는 미술 작품을 소개 하고 그에 둘러싼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거리의 조형물은 크게 네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첫째는 정부 주도 기념 조형물, 둘째, 문화예술진흥법에 의거, 일정 규모 이상 건물의 건축비 1%를 미술품에 쓰도록한 1%법 에 따라 설치된 미술품, 셋째는 서울의 경우, ‘서울은 미술관’프로그램에 의해 제작한 작품, 마지막으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들. 이런 명확한 분류에 따라, 저자는 공공미술 이른바 퍼블릭 아트를 설명하는데, 가장 좋았던 점이 어려운 미술용어를 쓰고, 고대 그리스 부터 무슨 주의니 기법이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뉴스의 짜투리 소식처럼 그 공공미술이 들어서게된 배경과 사연을 쉽게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국의 사례가 아닌 우리나라의  자주 본 지역의 미술품을 이야기 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고 친숙했다. 나는 그중에서 예술의 전당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예술의 전당을 자주 가봤지만, 이 곳이 언제 생겼는지는 몰랐다. 그런데 책을 보니 88년 올림픽에 맞춰 기획된 공간이라고 한다. 특히나 지금보면 웅장하고 멋진 오페라 하우스는 당시에 민족이라는 국가주도적인 컨셉 키워드에 맞춰, 갓을 상징화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오페라 하우스의 윗부분이 우리 전통 의상 중 머리에 쓰던 갓 모양이었다.  왜 여지껏 그 앞에서 사진도 많이 찍고 했느데 그것을 몰랐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또한 세운 상가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나는 세운상가가 그저 오래된 전자부품 파는 곳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굉장히 앞서간 건축물이었다. 67년 부터 81년에 걸쳐 무려 14년동안 차례로 완공된 세운상가는 1,2층은 자동차 전용공간으로 하고 3층부터 사람이 다니는 소위 공중보행의 개념을 접목시켰는데, 이는 당시로는 매우 파격적이었고, 그래서 부유층도 많이 살고, 시대의 첨병과 유행의 선봉역할을 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다시 재발해서 17년 재 개방을 했지만, 원래 이렇게 뜻 깊은 의미가 있는 곳이었는 줄은 몰랐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우리가 흔히 지나쳐갔던 우리나라의 곳곳의 유명 건축물이나 거리의 미술품을 하나하나 조명하며 우리 생활 속에서 미술이 멀리 있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다. 누군가 그랬었지, 시냇물 소리도 마음의 문을 열고 들으면 음악이라고.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길거리가 너무 딱딱하고 회색이라고 단정짓기 전에, 마음의 눈을 열고 아름답고 의미깊은 미술이 곳곳에 있음을 인지하며 돌아다니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미술관의 어려운 미술품을 설명하는 미술책이 아닌 탁 트인 곳에서 눈과 마음을 확장시키는 재미있는 미술책을 읽은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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