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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홈 ㅣ K-픽션 28
편혜영 지음, 김소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12월
평점 :
홀리데이 홈. 편혜영. 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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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온서평단
2021.02.22. 22:51조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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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소설의 특징이 있다. 일단 상큼하고 따사로운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뭔가 불편하면서, 때로는 끔찍한 이야기도 자주 등장한다. 또 뭔가 알 수 없는 진실이 숨어있을 것 같은데 그게 뭐지 아리송하다. 2000년 등단 이래, 편혜영 작가는 꾸준한 사랑을 받고 많은 상도 탔다. 아마도 편혜영만의 저런 특성은 다른 작가가 따라하지 못하는 독특한 본인만의 색깔일 것이고, 독자들은 비슷비슷한 한국문학의 흐름 속에서 편혜영만의 색깔을 오래토록 놓치지 싫었던 것 같다.
이 책 <홀리데이 홈>도 편혜영의 개성이 잔뜩 묻어나는 글이다. 등장인문은 소령으로 전역한 이진수와, 그의 아내이자 현직 군인인 장소령, 그리고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캐나다로 간 그들의 아이, 그리고 집을 보러온 이진수의 과거 군대 부하였던 박민오 등이다. 잘 나가지 않는 집이 과거의 군대 부하의 등장으로 팔릴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뭔가 불편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극의 중반과 종반에 속도가 크게 빨라진다.
그들은 같은 공간, 편안하게 쉬는 날 집으로 보러와서 화기애애할 줄 알지만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독자들도 그들 사이의 대화에서 뭔가 삐긋거리는 왠지 모를 불편함을 전달받는다. 불편함이란 과연 무엇일까. 편하지 않는 것인데, 편하다는 것은, 예상되로 흘러감을 뜻하기도 한다. 기대와 실망, 낙담과 좌절 사이에서 우리는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가 더 나빠지고 나의 생존과 건강과 부가 꺽일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도 불편함을 느낀다. 이는 결국에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편혜영 소설에서는 뭐가 모를 불길함 속에서 세상이 더 나빠질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단지 현재의 둘사이 대화에서 튀어오른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과거에서 기인한다. 이진수가 과거에 군대에서 했던 행동들, 그리고 고깃짓을 하면서 했던 행동, 정소령과 아이들, 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 얽혀있던 그들의 과거가 이들의 불편함에 토대가 된다. 과거가 쌓여 현재가 되고, 현재 느끼는 기분이 미래를 예측한다고 할 때, 우리가 편혜영 소설을 읽고 애써 불편함을 찾고자 하는 이유는 결국, 과거로의 반추, 그리고 자기 직시에 있지 않을까.
ASIA 의 k-fiction series에서 나온 책이다 보니 페이지의 오른쪽은 영문 번역본이 삽입되어 있다. 다 읽고 영어 번역본으로도 보았는데 비교적 쉬운 영어단어를 이용해서 어렵지 않게 쓰여진 것 같았다. 이 시리지가 많이 나와서 한국 문학이 세계로 더 뻗어나갈 수 있길 희망한다. 사실 한국의 문학이 국내에서는 천대받고 인기가 없을 지언정, 그 수준은 어느 나라의 수준에 놓아도 뒤지지 않는 다고 개인적으로 믿고 있다. 다만 소재가 조금 제한적이고, 분위기가 많이 쳐지고 울적한 느낌은 있다. 보다 더 다채롭고 밝은 이야기가 많아져서 세계 어디서든 좋은 한국의 작가가 인기를 얻는 날이 오길 희망해본다. 그런 일환으로 홀리데이 홈도 다른 나라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는 그런 지점이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