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스페셜 에디션 - 영혼의 시 100선이 추가된,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헤르만 헤세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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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가. 안 읽어본 사람은 있어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과거에 읽었던 데미안은 너무 어렵고 생각보다 잘 나아가지 않는 책이었다.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 이유로는 우리가 데미안을 유년기 혹은 청소년 기 필독도서처럼 여기어 너무 이른 시기에 읽은 탓도 있었던 것 같다. 마치 걸리버여행기가 단순 모험 소설이 아닌 사회 풍자 소설이듯, 데미안도 단순히 청소년의 성장소설로 보기에는 그 뒷면의 범주가 대단히 넓고 광활한 것이다.

 

 

데미안을 다시 보면서 느꼈던 것은, 싱클레어가 내 기억보다 훨씬 어른스럽다는 것이었다. 아마 그때보다 더 커져버린 지금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사유의 깊이가 상당했다. 특히 크로머의 노예나 다름없이 지내면서도 벌이는 자기와의 내면의 대화는 과거에 읽었던 데미안과는 느낌이 달랐다. 이번 번역본은 아마도 조금은 데미안이라는 신비한 인물에 맞춰져 있기보다는 싱클레어에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그건 내가 두 번째로 읽고 이미 내용은 다 알고 다시 천천히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다시 읽는 내내 계속 해서 요즘의 나와 비교가 되었다. 도시에 살고 21세기를 사는 지금의 내 현실에도 어딘가 나만의 크로머와 베아트리체, 그리고 에바부인, 또 나의 삶에 하나의 본보기 혹은 망치가 되어줄 데미안도 어딘가에, 꼭 사람의 모습이 아닌체로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폐셜 에디션 답게 뒤에는 헤르만 헤세의 영혼의 시 100선이 이어진다. 하나 둘 시를 읽다보면 넓은 초원에 깜깜한 밤이 떠오른다. 아무도 없이 조용한 그곳에 고개를 들면 별이 몇 개 떠있고, 거기서 인생과 삶에 대해 초연해지는 인물이 있는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독> 이라는 시였다.

 

내가 높이 하늘가에 있다고 잘못 여기리.

그러나 산은 언덕이었음을 나는 아노라.

 

인생의 겸허함과 낮은 자세, 그리고 묵묵히 홀로 걸어가는 삶의 덧없음을 알려주는 시였다. 헤세는 어쩌면 작가 이전에 훌륭한 구도자였을 지도 모르겠다. 그의 사생활이 어땠는지 자세히 모르지만, 그의 시를 보면서 종교적인 색채도 많이 받았다. 데미안을 읽고 그의 시를 보면서 가만히 눈을 감아 보았다. 이책을 통해 암흑의 우주처럼 찰나의 자유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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