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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재난, 다시 하나님 나라 - 위기에도 소멸하지 않는 공동체 ㅣ 하나님 나라로 읽는 성경
김형국 지음 / 비아토르 / 2023년 2월
평점 : 
1. 긴 글이 될 것 같으니 결론부터... 이 시대의 필독서가 될 책이오니 빨리 사서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이후 반말 주의^^;;;).
2. 우리가 성경을 읽고 해석할 때 본문 텍스트도 연구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본문이 쓰여질 당시의 콘텍스트를 함께 봐야 한다. 그래야 수천 년 전에 쓰여진 이 본문의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석한 본문의 말씀을 적용할 때 우리는 다시 한 번 콘텍스트를 고려해야 하는데, 이번에 살펴야 할 콘텍스트는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콘텍스트이다. 이와 같이 말씀을 바르게 읽어내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본문 텍스트 뿐만 아니라 두 시대의 콘텍스트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여기 본문의 텍스트는 물론이요 그 때와 지금의 콘텍스트까지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 설교자가 어떤 설교를 할 수 있는지 그 정점에 서 있는 예가 있다.
3. "위를 바라보지 마"(Don't
Look Up)이라는 세상과 미디어의 메시지에 순응해 살아가는 오늘날의 성도들에게 많은 설교자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대체로 "위를 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종종 그들의 위를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이 공허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그들이 "위만" 보며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위를 바라보라"는 메시지는 사실 "땅의 것"들을 바라보며 증거되어야 한다. 땅의 것들을 바라보되, 이 땅의 것들이 이야기하는 이야기들에 매몰되지 않으며, 이 땅의 징조들을 바르게 분별해 왜 우리가 "위를 바라봐야"하는지 증거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메뚜기 떼 습격"을 겪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요엘 선지자를 통해 하나님께서 주신 메시지이다.
4. 특히 1장 "재난을 해석하는 힘"은 그동안 듣고 읽은 코로나19 관련 설교들 중 정말 최고다! 글을 읽을 수만 있다면 강제로 읽히는 법안 같은 건 없을까?
5. 아 혹시 오해하실 수도 있어서 이야기하는데, 이 책은 콘텍스트만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하나님 나라로 읽는 요엘서"라는 부제처럼 이 책의 주인공은 당연히 "요엘서" 그 자체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 주인공이 제대로 주인공 되게 하기 위해 지난한 시간을 보냈다. 여러 역본들을 비교하며 저자가 직접 번역한 요엘서의 본문들과 역교차구조로도 알려진 카이즘 구조까지 사용하며 본문을 연구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책을 읽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게다가 성경 전체를 꿰뚫고 있는 저자의 관점들을 통해 신구약의 다양한 본문들이 요엘서와 같이 만나고 입을 맞춘다(시 85:10).
6.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수많은 설교자들에게 절망을 안겨줄 수도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도대체 한 편의 설교를 위해 얼마의 시간이 들어갔을지 가늠조차 안 된다.
7. 그런데 어떻게, 그리고 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일까? 저자에게 직접 묻지는 못해 확인할 길은 없지만, 사실 책을 읽다보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가 얼마나 교회 공동체를 사랑하는지, 그리고 이 작은 믿음의 공동체에 얼마나 소망을 두고 있는지 책 전체를 통해 느낄 수 있다.
8. 그래서 이 책은 개인보다는 공동체가 함께 읽는 것을 더 추천한다. 게다가 부록에 저자가 직접 제공하는 묵상과 나눔 질문들이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사실 더할 나위 없는데, 여기에 저자의 영상 설교까지 볼 수 있는 QR코드까지 더해 주셨다).
9. 어제 개인적으로 외부 강의가 있어서 몸은 정말 피곤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 책을 시작하지를 말았어야 했다. 첫 장을 읽고 나서 몸을 추스리고 나머지 장들도 앉은 자리에서 읽어버렸다. 지루하지 않느냐고? 요엘서 본문이 살아서 꿈틀거리는데, 그 안에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재난들과 소름끼치도록 동일한 의미와 메시지들이 들어 있음을 전율하며 읽게 된다.
10. 사실 오늘도 이 글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할 일이 태산인데 뭐 하는 건가... 싶다. 하지만 책을 중간 정도 읽는 중에 '아 이 책은 정말 꼭 읽어야 하는데, 이제 코로나 다 끝나간다고 사람들이 많이 안 읽으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맙소사 저자도 같은 생각을 하신 모양이다. "코로나19도 결국 다 지나간다는 분위기인데, 요엘 선지서의 심각한 메시지를 풀어서 전달한다고 누가 들을까"(257-258) 염려하는 저자의 고뇌를 읽으며 아 나라도 작은 힘을 보태야겠다 싶었다. 긴 글을 읽어주신 페친님들께 감사하고, 귀한 책으로 다시 한 번 한국교회와 저에게 큰 울림을 주신
김형국 목사님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