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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고금통의 1 - 오늘을 위한 성찰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14년 7월
평점 :
이덕일의 고금통의
김영사 | 이덕일 | P.512
1.
현재 역사공부를 하고 있는 나에게 매우 유용하면서도 재미있었던 책이었다.
역사를 잊은 나라에겐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역사는 언제나 돌고 돌고, 그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에 방향과 지침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런 과거의 역사를 다시 꺼내보아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이라고 본다.
2.
일본과 우리나라는 가까워질듯 하면서도 먼 나라일 것이다. 독도를 둘러싼
영토문제가 끊이지 않는데 벚나무를 가지고 그 원산지를 묻는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이 책을 읽기 전, 당연히 벚나무를 일본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에는 국화가 없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벚나무를 보면 바로 떠오르는 나라가 일본이 아닐까? 그만큼 일본인들도 가장 좋아하는 꽃이
벚나무라고 한다. 3~4월에 벚꽃이 만개하는 일본에서는 이런 벚꽃축제가 굉장히 잘 되어 있고 세계 관광인들의 발걸음을 재촉이는 몫을 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벚나무를 제주도에 선교사로 온 프랑스인 에밀 타케신부가 1908년
한라산에서 왕벚꽃나무를 발견했고 1912년에는 독일의 식물학자 베른하르트 쾨네가 한라산 관음사 부근에서 왕벚꽃나무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함으로써
제주도 사생지설이 유력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벚꽃나무에 대해 알아야 할 점은 우리나라의 벚꽃 축제가
일제 식민 통치의 일환이였다는 것이다. 일제는 창경궁에 조직적으로 왕벚꽃나무를 심고 창경원으로 격하한 후 일반에게 공개해 벚꽃 축제 열풍을
일으켰다. 궁이란 곳이 일반인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신성한 곳이거늘 일제는 우리의 전통과 격식을 이 왕벚꽃나무를 이용해 무너트린 것이다. 그런
역사를 잊고 우리는 매년 벚꽃축제의 계절을 기다린다.
'각인'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 효과인데 그런 작용력을 잘 사용하는 일본의
치밀함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벚꽃나무가 자신들의 것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벚꽃나무는 곧
일본이라는 연상을 만들어 냈을까,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궁을 벚꽃축제라는 명목으로 개방하여 조선의 궁은 중요하지 않고, 신성하지 않은
곳이라는 이미지는 우리나라 조선인들에게 '각인' 시키기 까지 얼마나 많은 방법들을 생각하고 실행시켰을까, 우리는 과거의 피해를 결코 잊으면 안
될 것이다.
3.
[남을 비판하려거든 자신의 허물부터 없애라]
영조와 정조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부분이다. 옛 고대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임금에게 바치던 공납품은 당연한 역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납품을 검소함으로 미덕으로 삼은 임금이 있었으니 바로 영조이다. 정조 또한
<일득록>에서 보면, "마침 어선이 올라왔는데 반찬이 두세 그릇에 지나지 않았고 그릇은 모두 흠이 있고 일그러진 것이었다"라고
전한다. 정조는 이렇게 자신의 어선 그릇을 보고 놀라는 신하들에게 "법만 가지고 저절로 시행될 수 없고, 말로 가르치는 것은 몸으로 가르치는
것만 못하기에 내 허물을 없앤 뒤에 남을 비판할 수 있다는 뜻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영조와 정조때 농업 생산력의
발달로 그 부가 크게 신장된 것은 이러한 왕의 마음가짐에 비롯된 것일 것이다.
4.
[참신한 인재의 필요성]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면, 관직을 가질때 세습이란 것이 있었고 그 세습보다 더
무서운 것이 신분이였다. 그래서 아무리 실력이 있다 한들, 본인의 신분이 낮으면 노높은 관직의 기회를 갖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러한 신분제도를 조금은 유화시킨 것이 바로 '과거제'이다. 이 과거제는 시행되고 지속되기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기존의 관직들에겐 참으로
용납하기 쉽지 않은 제도였을 것이다. 이 과거제로 참신한 인재가 등용되었던 때가 바로 '세종'이다. 혼자만의 정치가 아닌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자문하여 해결책을 찾고자 했던 세종은 역시, 이 과거제로 해시계, 측우기 등 많은 발명품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가장 많은 일을 한 왕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닌가싶다.
5.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역사 공부를 하고 있는 이 시점에 이 책을 만난건
행운이었다. '직시심체요절'이 약탈당해 파리에 있다는 것과 어째서 일본에 백제의 유 물이 많이 있었지, 그리고 광개토태왕릉비에 대한 이면을
설명할 때도 모두 머릿속에 하나의 그림처럼 그려져 이해하기가 너무나도 쉬웠다. 내가 조금전까지 공부했던 내용들이 다시 조명되어 읽게되니, 그
또한 새로운 정보를 얻는 다는 즐거움도 있었다. 내가 역사에 관심이 없었다면 이 책을 그냥 읽기 좋은 책으로 남겨져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또 한가지 좋았던 점은 이야기 하나마다 길지 않다는
것이다. 길지 않다보니 흥미 있는 부분을 찾아가면서 읽는 재미 또한 있었다. 잊혀지기 쉬운 우리의 역사를 이 책을 통해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