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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
무라야마 유카
| 소담출판사 | P.440
1.
오랜만에 연애소설을 읽었다. 일본에서는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미야베 미유키처럼 폭넓게 사랑받는 여류작가 중 한명이라고 하는데 그녀의 소설은 <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가 처음이다. 겉 표지의 일러스트가 마치, 은은한 느낌의 연애스토리라 여기게 했지만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단순한 연애스토리가
아님을 알게된다.
이 책은 주인공인 모범생 에리와 서핑에 흠뻑
빠져있는 미쓰히데의 시점이 번갈아 쓰여져 있는것이 가장 큰 구성이라 할 수 있겠다. 에리는 겉과 속을 숨긴채 학교 생활을 하는 모범생이다.
누구에게나 웃는 얼굴을 보이며 상대하지만 그녀에게는 남모를 고민이 있다. 또래 동성친구인 미야코에게 이성에게서 느낄 수 있는 욕망이 들끊는
것이다. 정체성 혼란을 느끼는 에리는 자신이 여성임을 느끼기 위해 낯선남자인 한 샐러리맨과 하룻밤을 보낸다. 하지만 에리는 오히려 더
혼란스러움을 느낄 뿐이다. 게다가, 그 장면을 같은 학교에 다니는 미쓰히데에게 들키고 만다. 이로인해, 에리와 미쓰히데는 둘 사이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에리는 어쩌면 미쓰히데가 나의 정체성을 찾아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실천에 옮기게 된다.
미쓰히데는 서핑을 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 역시
서핑에 빠져있다. 어머니는 어렷을 때, 그들의 가족을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떠나버린다. 빈자리를 느끼며 커간 미쓰히데에게 또 다른 불행이 닥치게
되는데, 서핑이란 매체를 연결 시켜준 아버지의 병이다.
2.
어저면 미쓰히데는 어머니의 빈자리를 에리에게서
채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상황을 그녀에게는 말 할 수 있었고 잘못된 행위임을 알면서도 에리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지속시켰다. 비슷하면서도 서로다른 비밀과 상처를 안고있는 그들이기에 공유는 쉬웠고 가까워짐은 더 빨랐다. [모자람과 넘침의 격차 사이에서
불안하게 뒤흔들리는 젊음, 바다를 품은 소녀 에리와 파도는 타는 소년 미쓰히데의 뜨거운 성장기] 라고 간략하게 이 책을 설명하는데, 모자람과
넘침이라는 말이 굉장히 와닿았다. 생각이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에리는 하룻밤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고 내면의
고민이라는 넘침으로 흔들리는 청춘. 난 그렇게 설명하고싶다.
3.
에리와 미쓰히데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들이 주위에
있는 또래 학생들도 범상치 않다. 자신보다 훨씬 나이 많은 사진작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본인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출을 한 에리코와
대마초를 하고 바다에 들어갔다가 무릎을 다치게 된 가와이 선배. 주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극히 비 정상적인 행위들이다. 하지만 에리와
미쓰히데는 그들을 통해 역시 성장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본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에리는 에리코를 통해 본인 나름의 사랑하는 방식을 배웠을
것이고 사진에 푹 빠져있는 에리코를 보며 자신이 할 수 있고 잘 하는 것을 탐색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미쓰히데의 입장에서 보자면, 가와이 선배가
대마초를 피우던 그 시점. 미쓰히데의 방에 모여 있었고 그 역시도 대마초를 피웠다. 가와이 선배가 대마초로 인해 다치게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온
에리가 미쓰히데에게 묻자, 미쓰히데는 가와이 선배를 변호하기 바쁘다. 그리고 에리의 말에 화내기 일쑤다. 미쓰히데가 가와이 선배를 변호했던
것은, 사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었고 에리에게 화를 냈던 것은 에리에게 감춰둔 서툰 감정 표현이었다.
4.
도입부분에는 읽기가 조금은 거북스러웟지만 중반기를
넘어가면서 미친듯이 속도가 나는 책이다. 그래서 무라야마 유카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오랜만에 나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며 나의 혼란기는
어땠는지 상기시키게 되었다. 에리와 미쓰히데처럼 <견딜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가 언제였을지.
죽음이란 심장이 멈추는 것이 아니었다. 죽음이란 이렇게 타인과의 관계를 잃어가는 것이다._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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