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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한 시 - 120 True Stories & Innocent Lies
황경신 지음, 김원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밤 열한 시
황경신 | 소담출판사 | P.300
1.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읽기장을 보는 듯 했던 책이였다. 이 책은 '문턱'이란 단어와 어울리는 듯 하다. 가을에 받았던 책이었는데 책의 시작도 같은 가을 문턱이다. 책 제목을 보아도 밤 열한 시, 내일의 문턱 앞에 서 있다. '문턱'이란 단어를 쉽게 사용하지 않는데, 어쩐지 요즘의 나와 닮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20대의 중요한 결정을 앞 둔 시점이기도 하고 어쩌면 내 꿈 앞에 서 있을지도 모르는 그 문턱 앞일지도 모른다.
가을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4계절의 색체를 담고 있다. [Fall wind, Winter sunshine, Spring rain, Summer lightning] 그런데 계절을 꾸미고 있는 명사를 보면 조금은 특이하다. 가을엔 바람, 겨울엔 햇살, 봄엔 비, 여름엔 번개라는 꾸밈을 주고 있다. 계절의 모양세가 우리의 인생살이의 모습과 닮은 것 같다. 흔히들 성숙을 나타내는 가을을 바람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니 마치 나의 20대의 모습, 현재의 나의 상황,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녹록치 않은 나의 20대의 나날을 , 따사로운 빛 한점 없이 바람만 부는 공허한 시대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지나, 가을이 곧 겨울이 되듯 바람은 햇살로 변한다. 삶의 희노애락이 있듯이 비가 내려 땅을 굳인 후, 여름의lightining이 오는 것이다. lightning은 번개 외에 뜻밖의 행운이란 것으로 해석 할 수 있으니 이 모든 것을 거친 후 준비가 되어 있다면 행운을 맞이 한다는 뜻이 아닐까.
2.
밤 열한 시를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이 있었다.
꽃과 창이 있으면 그 어떤 삶도 작고 초라하지만은 않다는 작가의 말. 참 많은 뜻을 지닌 꽃과 창일 것이다. 나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그 어떠한 대상이라던가 사건은 꽃으로 충분히 표현될 것이다. 그리고 창이라 함은 본래, 방어의 수단이기 때문에 삶을 나아갈 수 있는 나만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참, 타인과의 관계에서 믿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유지 될 수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진실성을 부여하고 있을지 생각케하는 부분이였다. 과연 관계에서 '옳은 선택'이란 있을 수 있는걸까. 그것을 그렇다라도 인정하기 위해서 믿음이란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희망을 수혈 받는다. 가끔은 다른 곳에서 이렇게 기운을 얻기도 한다.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전혀 다른 성격으로 나에게 메세지를 던져 올 때가 있다. 요즘의 내가 희망의 수혈을 받는 대상은 '기업 공채'다. 역설적이게도 공채를 준비하면서 낙심을 하기보다 무엇을 내가 해야 할지 희망의 문고리를 여는 것 같다. 그래서 근래 나의 생활이 즐겁기만 하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앞은 깜깜하기만 하다지만 그런 과정에서 오히려 힘을 얻는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싸움. 그리고 습관이라니, 여기에서 습관이라 함은 '변하지 않는 것'일테다. 어떠한 상황을 나의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선 약 3개월이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다. 3개월이란 시간이 지나지 않고선, 그것이 나에게 익숙함으로 길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변하려는 것들과 싸우는 것은 나의 의지력과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넓게 보자면 나는 가만히 있는데 세상이 저절로 변하는 것에 대한 싸움일지도 모른다. 그곳에서 지쳐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정보를 받아들여 익숙해지는 것이다.
3.
오랜만에 에세이를 읽으니 바쁜 나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진짜로 바쁜 것일지 무늬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의 삶에 lightning이 오기까지 나는 계속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