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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약 - 프랑수아즈 사강의 환각 일기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베르나르 뷔페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독약
프랑수아즈 사강 | 소담출판사 | P.72
1.
프랑수아즈 사강의 두 번째 서평 책. <독약> 책이 굉장히 얇고 글도 많지 않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금방 읽겠거니 하고 챙겨들고 펼쳤으나 바로 덮어버렸다. 글과 그림이 같이 어울러진 책인데, 그림이 너무나도 성적이어서 당당히 펼쳐보일 수 없었다.
1957년 프랑수아즈는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어 석달동안 병원신세를 지게 된다. 그곳에서 875(팔피움)이라는 모르핀 대용약제를 처방받게 되는데, 석달 뒤 이 약에 약물중독되어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일기 형식으로 써 내려간 글이다. 나는 살면서 크게 다쳐본 적이 없다. 고로, 병원신세를 지다.라는 말이 어떤 말인지 그렇데 와닿지 않는다. 물론 약물중독 자체도 느껴보지 못했을 터. 프랑수아즈는 책 제목을 <독약>이라는 소재로 삼은 것 만큼 그녀에게 있어 병원신세와 약물이라는 것이 그것과 비슷하거나 같음이였을까?
2.
책을 읽는 동안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혔다. 시간의 속성이라는 것. "나는 열여섯이었다. 열여섯이던 시절이 있었다. 열여섯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젊음 그 자체라고 믿는 나는, 나는 늙지 않았다. 실은, 나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프랑수아주즈는 열여섯에 꿈꾸었던 그 무언가가 있었고 그것을 아직 마음에 품어두고 있나보다. 이 문구를 읽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포기를 할 수 없다는 것. 아니 못하게 만들만큼 나에게 있어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는 것. 그런 생각이 드는 건 과연 행운일까? 누구는 그것을 찾지못해 정체성을 잃고 길을 헤메이지만 정작 알고 있는 어떤 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부딪혀 또는 자신감의 결여 등의 내 ·외부적인 요인으로 장애를 맞이하는 경우가 있다. 포기할 수 없을 만큼의 그 무엇이 비단길을 걷듯 미끄러지게 올바른 길로 갈 수 있겠지만, 그런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답답할 노릇이다. 20대 중 후 반, 내 나이. 나도 포기할 수 없어 좋은 조건 좋은 사람들을 내려두고 뛰쳐나올 만큼 그 매력적인 그것이 나는 강하게 만들다가도 한없이 작아지는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늙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늙는다는 것. 사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자체를 부정한다. 그렇게 많은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내가 하려고 하는 직업의 특성 때문일까. 나는 나의 목표를 잃고 싶지 않고 나의 젊음을 나의 그 열정을 잃고 싶지가 않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그것이 변하거나 소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 순간을 잃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항상 과거를 추억하고 그 추억에 대한 회상을 아름답게 포장한다. 대학생활 많은 과제와 원어민수업. 스터디, 학원. 정신없는 그 순간,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라고 생각할지라도 분명 그 속에 즐거움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즐거웠던 기억으로 힘들었던 순간을 감싸안아버려 그 기억으로 만들어 놓는 것같다. 그래서 추억이 항상 즐겁다. 그 추억에 젖어 과거를 그리워하고 나아가 나이가 먹는 것 자체를 두려워 하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