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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 2010년 전면개정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 두 대의 카누가 있다. 영국인, 필리핀인, 흑인 등이 섞여 있고, 팔 힘이 좋은 사람, 지구력이 모자란 사람 등 체력도 다 다르다. 당신이 팀의 코치라면 선수 가운데 대표선수, 후보선수를 뽑아 경기에 배치하고, 경기의 상대편 선수진에 따라, 또 물살에 따라 경기 내용에 따라 적절히 배치하겠지만, 유전자 배열이 그렇게 당신이 코치와 감독을 하는것처럼 되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랜덤이다.
이 대목에서 약간 충격.
그렇다면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전자를 받은 것도 있고 안 받은 것도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부분 자식은 부모를 50%씩 닮고, 부모는 조부모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쌍둥이처럼 똑같은 형제 자매가 있는가 하면, 하나도 닮지 않은 형제자매도 있다.
그간 유전과 진화학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몇 가지를 새롭게 알게되었다.
먼저, 착하고 선한, 종족 내 다른 군체에 대해 봉이 될만한 착한 유전자도 우월하다는 것. 이는 복잡한 종 간의 다툼의 확률에 의해 그럴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하나는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그 알은 부화하자 마자 자신에게 어미의 관심이 집중되도록 하기 위해 둥지의 다른 알을 밀어 떨어뜨린다는 사실 외에 제비도 까치둥지에 알을 가져다 놓으면 똑같이 자기 외의 다른 알들을 밀어 떨어뜨려버린다는 사실이다.
즉 형제자매간은 우애 좋은 가족이기 이전에 탄생의 순간부터 부모의 관심을 놓고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개정판이고, 잘 꾸며진 표지디자인에 좋은 종이의 질, 눈이 편한 편집과 레이아웃에도 불구하고 5백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 그리고 두께와 무게, 인류학과 동물학, 유전학, 진화학, 과학을 넘나드는 방대한 지식의 유람, 거기에 간결하지 않고 길게 이어지는 문장의 형태로 인해 몹시 힘들게 읽었던 책이다.
유전학과 진화학에 대한 논리 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보통사람이 읽기에 제 아무리 개정판이어도 어려운 것은 정말 사실이었다. 그러나 방대한 분량을 우리 시대의 가족관계와 사회, 진화, 동물학, 운동경기, 야생동물의 세계, 애완동물의 세계,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 육아와 출산 등 우리 인류의 여러 분야에 걸쳐 적용할 수 있음을 알고 그 지식의 방대함에 놀라기도 했다.
더 공부를 하고 다시한 번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이 방대한 지식을 내 것으로 온전히 담기에 나의 그릇은 차고 넘칠 만큼 작았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