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는 자기는 한 사람의 개인이지 사회적 현상은 아니라고 큰 소리로 항의하는 역사가보다는 자기 자신의 상황을 최대한 의식하고 있는 역사가가 자신의 상황을 더 잘 극복할 수 있고, 또한 자신의 사회와 자신의 사고방식이 다른 시대, 다른 나라에 속한 사회와 사고방식과 본질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를 더 잘 평가할 수 있다고 감히 확신한다. 자신의 사회적, 역사적 상황을 넘어설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은 그 상황에 자신이 어느 정도 포박되어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그 분별성(sensitivity)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생각된다. - P64

첫 번째 강연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 여러분은 역사를 연구하기에 앞서 역사가를 연구하라. 이제 나는 이렇게 덧붙이려고 한다 : 여러분은 역사가를 연구하기에 앞서 그의 역사적, 사회적 환경을 연구하라. 역사가는 개인이면서 또한 역사와 사회의 산물이다 ; 그러므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바로 이 두 가지의 관점에서 역사가를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 P64

나로서는 신의 섭리(Divine Providence)를, 세계정신(World Spirit[ Weltgeist])‘을,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을, 대문자H로 시작되는 역사(History)‘를, 아니면 때때로 사건의 경로를 이끄는것이라고 인식되어온 또다른 모든 추상적인 힘들을 믿지 않는다 ; 그러므로 나는 다음과 같은 마르크스의 견해에 무조건 찬성하겠다:

역사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지도 않으며 전투를 벌이지도 않는다. 모든 일을 행하는 것은, 소유하고 싸우는 것은 오히려 인간, 즉 현실의 살아 있는 인간이다. - P71

역사의 사실이란 사회 속에 있는 개인의 상호관계에 관한 사실, 그리고 개인의 행동에서 본인들이 의도했던 것과 자주 모순되거나 가끔 상반되는 결과를 생겨나게 하는 사회적 힘들에 관한 사실인 것이다. - P75

와트 타일러와 푸가초프를 사회에 저항하는 개인으로 묘사하는 것은 잘못된 단순화이다. 만일 그들이 단지 그런 개인에 불과했다면, 역사가는 결코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역사 속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을 추종한 대중 덕분이며, 따라서 그들은 사회적 현상들로서 중요한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전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 P76

역사가와 그의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의 과정, 즉 내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대화라고 불렀던 그 과정은 추상적이고 고립적인 개인들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오늘의 사회와 어제의 사회 사이의 대화이다. 부르크하르트의 말을 빌리면, 역사란 ‘한 시대가 다른 시대 속에서 찾아내는 주목할 만한 것에 관한 기록‘이다. 과거는 현재에 비추어질 때에만 이해될 수 있다 ; 또한 현재도 과거에 비추어질 때에만 완전히 이해될 수 있다. 인간이 과거의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리고 현재의 사회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을 증대시키는 것, 이것이 역사의 이중적인 기능이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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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실은 스스로 이야기한다고들 말한다. 이것은 물론 진실이 아니다. 사실은 역사가가 허락할 때에만 이야기한다 : 어떤 사실에 발언권을 줄 것이며 그 순서나 전후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람은 바로 역사가이다. - P21

중세사 연구자로서 소양을 쌓은 배러클러프(1908-1984. 영국의 역사가) 교수 자신도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비록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고 해도, 엄격히 말하면 결코 사실 그것이 아니라 널리 승인된 일련의 판단들이다‘라고 말한다. - P25

역사가와 역사의 사실은 서로에게 필수적이다. 자신의 사실을 가지지 못한 역사가는 뿌리가 없는 쓸모없는 존재이다. 자신의 역사가를 가지지 못한 사실은 죽은 것이며 무의미하다. 따라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첫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a continuous process of interaction between the historian and his facts, and unending dialogue between the present and the past)라는 것이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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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예언하는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재난인 법이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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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면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촛불의 거리다. 해마다 300명이 넘는 홈리스와 천 명이 넘는 무연고자들이 외롭게 죽어가는 이 거리에서, 집 없는 이들에게 주거비를 지원하는 데엔 고작 26억을 쓰면서 이들을 추방해 격리하는 수용시설에는 237억의 예산을 쓰는 이 현실에서, 촛불은 어디까지 왔나.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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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고, 그들은 어떤가

우리는 믿음이 깊어졌다가,
믿음을 잃었다가,
다시 어려움에 처하면 그것을 되찾기도 하지.
우리는 돈벌이에 골몰하다가,
도덕적 삶에 관심을 돌렸다가,
다시 돈에 대해 생각을 하지.
우리는 경이로운 사람들을 만나지만, 바쁜 삶 속에서그들을 잃고 말지.
우리는, 그야말로 갈팡질팡.
흔들림이 없다는 건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개에 대한 말인 것 같아.
그건 우리가 그토록 개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 P11

누구에게나 안전한 장소는 하나쯤 필요해. - P16

걱정마. 새 삶을 살아도 과거에 시달리는 게
어떤 건지 나도 안단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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