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윤리를 책으로, 소설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책으로, 소설로, 함께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내가 보기엔 그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네.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 그것이 우리가 소설이나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진실이라네.
이 말을 하려고 여기까지 왔다네.

진실이 눈 앞에 도착했을 때, 자네는 얼마나 뻔하지 않게 행동할 수가 있는가?
나는 아직 멀었다네. 2018년 봄 이기호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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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진실은, 선하려고도 악하려고도 마음먹은 적이 없었던 사람들이 최악의 일을 벌인다는 점이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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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성적에 속한 학생들이 칭찬받고, 중간 정도 노력하는 사람이 취업할 수 있고, 중위 소득에 속하는 사람이 먹고살 수 있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다. 이러한 사회에서 이루어진 경쟁이라고 할 때에만, 우리는 그 결과의 책임을 비로소 개인에게 물을 수 있다. - P216

학생들은, 아무도 말해주지 않지만 교육의 형식을 통해 학습한다. 특히 진리에 대한 이념과 경쟁의 정당성에 대한 믿음이 발생하는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 그 원인은 우선 강의식 수업과 교실 구조 그리고객관식이라는 평가 형식이었다. 학생들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지라도 절대적이고 고정된 진리가 어딘가 존재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갖게 된다. 이것은 성인이 되었을 때 사회 문제를 옳고 그름, 선과 악의 문제로 접근하게 하는 경향성을 높인다. 다음으로 지속적인 교내평가와 대입시험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경쟁과 그에 따른 결과가 정당하다고 믿게 된다. 문제는 경쟁의 형식이 사회의 책임을 개인의 책임으로 손쉽게 전환한다는 점이다. 어떠한 평가가 되었건 그에 따른 결과가 중간에 위치한 사람이 중간으로서 대우를 받을 수 없는 평가라면, 그 경쟁은 정의롭지 않다. - P217

우선 객관주의 인식론에 기반한 교육 안에서 학생들은 진리가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학생들은 참과 거짓, 옳고 그름, 선과 악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성인으로 성장한다. 그래서 정치, 경제와 관련된 사회 문제를 접할 때에도 그것을 합의와 절충, 대화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선과 악의 문제로 양분해서 파악하려 한다. - P234

다음으로 지속적인 학내 평가와 대입시험이라는 형식은 학생들에게 경쟁이 정당하다는 신념을 심어주게 된다. 객관적 평가 방식을 통해 진행하는 모든 경쟁이 정당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대입, 취업에서의 경쟁의 결과도 개인의 책임이라 여긴다. 하지만 사회에 양질의 일자리 자체가 부족하고 빈부격차로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면 그 어떤 경쟁도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 P234

시민은 그 자체로 자유다. 역사의 필연적 귀결로서 시민은 자유의 실현자다. 여기서의 자유는 두 가지 의미다. 개인으로서의 나를 구성할 자유와 사회를 선택할 자유. 삶의 현장 속에서 나는 치열하게 일하고 공부하고 경쟁하며 나를 구성한다. 동시에 세계를 분석하고 이해함으로써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선택을 해야 한다. 세계의 복잡성으로부터 잠시 회피하여 쉬고 있는 시민들에게 손을 내밀고, 그들을 사회적 담론의 장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은 시민으로서 당신에게 있다. - P349

"지금처럼 계속 걸어가야 합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두 가지입니다. 나를 바꾸는 것과. 세상을 바꾸는 것. 우선 나를 바꿔야 합니다. 나의 일에 열정을 쏟아붓고, 사람들과 경쟁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보면서 그렇게 건강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다음으로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하나의 경제체제를 선택하고, 이를 반영하는 하나의 정당을 지지해야 합니다. 나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정당을 신문을 접고, 티브이를 끄고, 타인의 말에 휩쓸리지 말고, 나의 현실을 직시한 후에 정말 나에게 이익이 되는 세계가 무엇인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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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에게는 의무가 있다. 나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고 사회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책임 말이다. 물론 모든 구체적인 사회적 쟁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ㅠ없다. 다만 세계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을 토대로 개별 사안을 단순하게 분류할 수는 있어야 한다.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으로, 자본가의 이익과 노동자의 이익으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념으로, 주주 자본주의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시민들 스스로가 개별 쟁점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분류할 수 있을 때, 사회적 담론들은 합리적이고 건강하게 논의되어갈 것이다.
세계에 대한 단순한 구분, 이것이 시민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교양이다. - P164

비정규직 확대의 본질은 투자가와 사업가가 져야 할 리스크를 다수의 노동자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물론 세계적인 불황과 저성장이 기업의 불확실성을 증가시켰고, 이에 따라 자본가는 기업의 유지를 위해 증가한 리스크를 분산시켜야만 하는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적 요인에서 어쩔 수 없이 노동자에게 리스크를 분산시켜야 한다면, 리스크가 전가되는 만큼 노동자의 임금도 증가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비정규직의 확대에 대한 논의는 문제가 있다.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는 동시에 리스크까지 높이는 제도는 불공정하다. 따라서 노동자가 비정규직의 확대에 저항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서 매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일이 된다. 만약 특정 정부가 노동자의 임금 인상없이 규제 완화를 통한 노동시장의 유연화만을 추구한다면, 그 정부는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않은 정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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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은 자유 그 자체다. 시민은 역사 속에서 그저 우연히 탄생한 존재가 아니다. 세계의 역사를 통해 자유를 실현하고자했던 절대정신의 필연적 귀결이 바로 시민이다. 시민은 거대한 역사의목표이자, 종착점이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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