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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ㅣ 동문선 문예신서 142
미셸 푸코 지음, 박정자 옮김 / 동문선 / 199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푸코는 재미있습니다. 이게 철학인지 역사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이야기가 술술 풀려 나갑니다. 이야기의 군데 군데에서 아하 그렇구나 하는 발견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요컨데 푸코는 푸코의 문장에서 만나야 한다고 봅니다. 다른 독서도 그러해야 하겠지만, 푸코의 문장을 음미하는 것이 첫째가는 독서법이라고 생각되네요. 문장을 읽으면, 그에 "대해" 말하는 글들에서는 희미하기만 했던 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가 던진 질문이 기억에 남으며, 그게 질문의 답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권력이 무슨 경제적 재화냐? 계약하고 양도하고 그러게?" "마르크스주의는 자유주의하고 경제주의라는 공동의 유산 위에 서있지 않냐?" 이런 질문들. 또 "설령 그렇다고 쳐도 권력을 경제로 분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 않냐?"라는 질문. 참 신선하지 않나요? 그리고 그 질문이 강의 마지막까지 내용 전개를 이끌고 있음을 보면 매우 호흡이 길다는 것에 감탄하게 됩니다. 그 밖에도 책 여러 군데에서 푸코는 질문 세례를 퍼붓곤 합니다. 수사적인 질문이 아니라, 무지의 공백을 짚어내는 질문들이죠. 문장을 짚어 가며 읽으면 문맥의 전후 관계속에서 그의 문제 제기 방식이 주는 즐거움을 음미할 수 있습니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이 가진 전략을 폭로한 것도 매우 즐거운 읽기였습니다. 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사회계약론 속에 로크, 루쏘와 함께 등장하던 그의 이론이 이처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절대주의의 전략을 가지고 있음은 생각지도 못했었지요(흔히 학교에선 보댕이나 보쒸에의 절대주의와 반대되는 것으로 도식화되어 암기되어 왔지요)
권력이 원래 인종간 전쟁과 역사의 담론으로 분석되다가 이런 담론이 식민화되는 지점으로서 프랑스 혁명 전후 시기를 들면서 네이션(a nation에서 the nation으로)의 담론화를 설명하는 대목은 역사공부의 새로운 지식을 주는 부록같은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프랑스 혁명사에서 국민의회를 이끌었고, 총재로서 나폴레옹쿠데타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그 시에예스가 이런 의미를 가지는구나 처음 알았지요. 그와 함께 오귀스탱 티에리라는 사람, 몽로지에라는 사람(다 역사가들인데)을 거쳐 가면서 드디어 the nation 즉 국가가 나오네요. 라틴어 어원이 "태어나다"와 관련되어 있고, "태어남에 따른 귀속"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그래서 민족이라는 아시아어로 번역되곤 하는데, 이 nation이 다른 nations 들과 공존하다가, 상대적 집단이 아니라 state(절대주의로 볼땐 국가를 state라고 해 왔죠)를 떠맡아 절대화하는 과정, 통치권을 획득해가는 논리과정. 즉 the nation이 되는 과정은 매우 역사적 관점을 새롭게 해 주었습니다. ( 4강? 5강 이던가? 권력에 관한 전쟁 담론을 영국 내전을 통해 소개하는 부분에서도 그동안 청교도와 전제 왕권의 대립으로만 보았던 평면적 역사 인식에 색슨적 묵시 사상의 역활, 의회 주류파의 분파성 등이 그려져 있어서 역사인식에 입체적 지평을 더할 수 있었습니다. 7,8강이던가? 프랑스의 경우를 불랭빌리에와 (소위 후위투쟁이라고도 불리는)귀족층의 반동에서 대항사=역사의 탈 중심적 담론화를 보여 준 것도 새로운 공부가 되었습니다. )
프랑스 혁명을 전후하여 반 절대주의적 권력 분석 담론(그러니까 1강에서 푸코가 가능성을 타진해 보려했던 비경제적 분석)은 모두 제3신분에게 식민화되었습니다. "로마가 다시 혁명을 정복한" 것입니다. 여기서는 푸코가 1강에서 미리 제시하며 염려했던 문제, 즉 분산된 국부적 공격을 가하는 계보학이 전체적 일반적 과학에 식민화되어 버리는 사례를 보는 듯했습니다. 푸코가 왜 그렇게 계보학의 일반적 전체적 담론화 즉 권력화를 경계했는지 실감했습니다. 절대주의는 극복되지 않은 채 대중에게 승계되었을 뿐이죠(이 대목에서 감탄했습니다. "사유와 정치적 분석에 관한 한, 우리는 아직도 왕의 목을 치지 못했다"라고 성의 역사 1권 앎의 의지에서 한 말이 생각나더군요)
마지막 부분 9강 10강은 이제 푸코가 70년대 후반에 본격화하는 새로운 권력 분석을 예비 하기 위한 배치입니다. 이제 역사와 전쟁의 권력 분석 담론이 전체적 담론에 식민화되어 재 배치된 마당에서 푸코가 주목하는 것은 그것을 식민화한 과정을 까발려 내는 일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푸코는 인간 종의 생물학적 특성에 기반하여 통치성을 구축한 과정에 주목하고 공격의 날을 세우려는 의도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18세기부터 두드러진 발전 과정을 거치, 나찌즘과 스탈린주의로, 그리고 현대적 권력으로 자리잡은 바이오 권력, 그것이 가진 안전 메커니즘에 대해서 말이죠. 이의 계보학적 분석은 다음 번 강의인 "안전 영토 인구"에서 상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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