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성석제가 어느 지면에선가 이 책을 올해에 읽은 책 중 단연, 이라고 추천한 글을 읽었다.첫 번째 단편을 읽었는데 잘 읽혔다. 어? 하고 두 번째 단편을 읽었는데도 잘 읽혔다. 시간 끌지 않고 빨랑빨랑 재기있고 맨 끝엔 뒷통수치는 반전도 간간이. 머릿속에 금새 시공간이 만들어지고 인물이 살아 숨쉬며 말을 했다. 그리고 그 인물들은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지만 한 번도 어떻게 살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람들. 작가가 꼼꼼히 둘러보고 관찰했을 일상의 시선이 느껴져서 좋았다. 뭔가 특별한 이야깃감을 찾아 나선 것 같은 소재들도 있지만-골동품 파는 남자 이야기나 실향민 탈북자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 편안하고 일상적인 서술 속에서 아주 잠깐 제 빛을 반짝 드러냈다가는 다시 있는 듯 없는 듯 묻혀 있는 것도 좋았다. 가장 이질적이면서 또 묘미가 있었던 건 시골 관청에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여자 공무원들이 다방 레지한테 커피 따르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였다. 대통령이 온 얘기가 아니라 대통령이 온다고 해서 준비하는 이야기. 일상이라는 세계를 잘 벼린 칼로 손질하다가 구석구석에서 이야기라는 살점을 찾아내 떼어서 손님 접시에 놔주는 엄청 솜씨 좋은 일식요리사 같은 느낌이다.
주인공도 어조도 느낌도 제각각인 7개의 세계.이 작가의 작품은 정말이지 새로운 시공간=세계를 연다. 장르적 편애일수도 있겠으나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운전하다 말고 오디오북으로 돌려 들었을 정도니.
단편으로 썼던 작품들을 묶은 거라는 출판후기를 나중에 보길 잘했다. 개연성은 없지만 묘한 통일감을 주면서 이야기가 무심한 듯 시크하게 흘러가는 것에 매력을 느꼈던 까닭이다. 매 장마다 새로운 인물이 나오고 들어가는 데도 ˝음.. 연대기려니..˝ 하고 읽혔다. 결국 누가 나오는가 보다는 지구인들이 화성인들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세 번째 로켓에서 내린 대원 중 한 사람은 화성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지구인들이 망쳐놓으면 안 된다며 같이 온 동료대원들을 죽이려고 한다. 이 소설에서 인간은 철저히 정복자이고, 폭력적이고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화성에서 살아간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가 이 모든 이야기들 사이에 밥을 먹고 대화를 하고 걷고 물건을 사고 팔고 하는 일상적인 행동들을 배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성에서의 삶도 지구와 크게 다르지 않게 흘러간다. 아마 그렇게 살기 위해 화성에 갔을 것이다. 구릿빛 피부에 노란 동전같은 눈을 가진 화성인. 텔레파시로 소통하고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꿀 수 있으며 음악을 사랑하는 존재들. 이이이 슥슥슥 트트트 같은 이름을 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