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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노이즈
돈 드릴로 지음, 강미숙 옮김 / 창비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굉장히 취약한가보다. 작가가 차곡차곡 쌓아올린 두려움에 관한 이미지들이 거북스러워 계속 읽기 힘들었다. 대놓고 혐오감을 주지는 않았지만 제목인 백색소음처럼 조금씩 까끌거리는 느낌이 들어 책을 잡았다 팽개쳤다를 반복했다. 결국 3주나 붙들고 있었다.
뒤로 가면서 알게 된 것은 세기말적인 음울하고도 실체를 알수없는 공포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서술에 반해 굵직한 사건들이 인과적으로 펼쳐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게 읽는 사람을 주저하게 하고 산만하게 만든다. 책장이 펄럭펄럭 넘어가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장면에 대한 이미지들,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감정은 겪어낸 일처럼 생생하고 힘겹다. 단순히 번역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실제로 별로 겪고 싶지 않은 일들이 아주 깊은 감정을 갖게 하면서 매우 천천히 나아간다. 결국 같은 얘기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