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비야님의 책 '그건 사랑이었네' 내용 중 그녀가 지하철에서 읽다가 내릴 역을 놓쳐버렸단 말에

덜컥 주문한 책이다.

 

이 책은 '책' 특히 '누군가의 손때가 묻어있는 중고책'에 관한 찬가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소통과 책에 대한 찬가는 그들의 서신속에 유쾌하게 녹아 있다.

 

글투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 행동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헬렌의 글투에서 그녀는 꽤 솔직하고 직선적인면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미국여성으로 느껴진다.

또 프랭키는 신중하며, 포용력이 넓은 영국신사같은 이미지다.

그들은 서신을 통해 기쁨을 나누기도하며, 때론 책에 관해 불평하기도 하고, 남루한 일상을 하소연하기도한다.

또 헬렌과 프랭키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그들의 관계 안에 끌어들여

대서양 건너 어딘가에 둥지를 틀고 있는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때론 보듬어준다.

 

또한 2차대전 직후 전쟁의 상흔이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그 시대,

따뜻한 사람들의 '정'이 담겨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소박하다 하겠지만,

그들이 주고받는 선물 목록을 보면 그들의 따뜻한 마음과 정을 깊이 느낄 수 있다.

달걀꾸러미, 햄, 건조달걀, 나일론 양말..^^

피폐할거라 예상했던 전쟁의 후유증이 아니라

행복하고 소소한 일상의 감사함과 충만함이 베어 있었다.

 

 

'전 주인이 즐겨 읽던 대목이 이렇게 저절로 펼쳐지는 중고책이 참 좋아요' p 18

 

'저는 속표지에 남긴 글이나 책장 귀퉁이에 적은 글을 참 좋아해요. 누군가 넘겼던 책장을 넘길 때의 그 동지애가 좋고, 오래만에 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글은 언제나 제 마음을 사로잡는답니다' p 50

 

'가장 애교넘치는 부분에서 자꾸만 펼쳐지는 것이 마치 전 주인의 유령이 내가 읽어본 적 없는 것을 짚어주는 듯하답니다.(애서가의 명시선을 읽던 중 )'

p 90

 

' 혹시 토크빌의 아메리카 여행이 있을까요? 누가 빌려가서 돌려주지를 않네요. 다른 것을 훔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 사람들이 어째서 책 도둑질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거죠? ' p 99

 

이러한 글들을 읽으며 느꼈던 공감은 반세기가 지나 인쇄매체보다 디지털 매체에 익숙해진 지금에 와서도 꽤 유효하다.

그들이 주고받았던 느린 서신을 통한 소통은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한 지금의 소통체계보다 훨씬 인간적이다.

특히나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는 나같은 사람에겐 말이다.^^

 

 

 

'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이대로가 나을지도. 너무나 긴 세월 꿈꿔온 여행이죠. 단지 그곳 거리를 보고 싶어서 영국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고요

오래전에 아는 사람이 그랬어요. 사람들은 자기네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러 영국에 간다고. 제가 나는 영국 문학 속의 영국을 찾으러 영국에 가련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더군요. "그렇다면 거기 있어요" 어쩌면 그럴테고, 또 어쩌면 아닐 테죠, 주위를 둘러보니 한가지만큼은 분명해요., 여기에 있다는 것. "

 

' 혹 채링크로스가 84번지를 지나게 되거든, 내 대신 입맞춤을 보내주겠어요? 제가 정말 큰 신세를 졌답니다.' 
 

 

# 1. 모든 책에는 아니지만 나도 가금 저런 짧은 서평을 쓰곤 했었는데,

이젠 내가 읽는 모든 책에 간단한 서평을 써야겠다 ^^

 

 #  2. 10여년이 훌쩍 지난 나의 학창시절에도 비슷한 공감이 있었던 때가 있었다.

나의 '소녀시대'였던 그때는 인터넷매체가 막 시작되려던 때였고,

컴퓨터통신 나우누리, 하이텔, 천리안이 유행하던 때였다.

또래 동호회에서 만난 먼 지방에 사는 친구들과의 서신왕래가 4년동안 이어졌고,

나의 '소녀시대'가 그들과의 우정으로 인해 풍요로워졌던 기억이 설풋 떠오른다. 피식..웃음이 나오네^^

그 친구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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