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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ㅣ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평점 :
이덕무라는 인물은 나에게도 참으로 익숙한 역사 속 인물이다.
원래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을뿐더러, 특히나 영정조시대부터 근간이 된 근대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정약용 등 정조시대 꽃을 피운 실학사상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터였다.
그리고 이 책 ‘책만 읽는 바보’는 진작부터 읽으려 마음먹었기에 더욱 큰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조선시대의 가장 큰 신분제의 결점인 서얼차별제도라는 테두리 안에 갇힌 채 태어난 이덕무. 이 책의 초반에는 이덕무의 이러한 신분제적 차별로 인한 고뇌가 나타난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차별제도로 인해 좌절만 하지 않고, 그의 학문적 입지를 조금씩 다져나가게 된다.
그리고 결국 정조임금의 개혁의지로 그를 비롯한 그의 벗들이 조정에 기용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역사 속에서도 그들이 규장각의 검서관으로 기용되는 사건이 조선시대 신분제도에 있어서 상당히 혁신적인 일이었다고 묘사된다.
사회의 틀에 얽메이지 않고 자신의 소신과 의지를 펼쳐보이던 그들의 굳은 의지와 신념이 시대의 변화와 맞아 떨어진 것이다.
나는 그들 세사람(이덕무, 박제가, 유득공)을 역사서 안에서 만나며 참 궁금해 했었다.
‘시대를 뛰어넘어 제도마저 뒤바꾸게 만든 그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갔을까?’ 라는 의문은 이 책을 통해 절절히 드러났다. 특히 나는 ‘박제가’라는 인물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중농주의 정책조차 개혁적이라 여겼던 그 당시, 어떻게 중상주의를 주장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 말이다.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고 진정 백성들의 ‘삶’ 안에서의 필요성을 주장한 그는 과연 어떠한 과정을 통해 그런 주장을 할 수 있었는지 항상 궁금해 했었다.
이 책은 그 의문의 과정을 친구의 시선으로 따뜻하게 서술하고 있다. 포박된 신분제도 안에서의 분노, 세상을 바라보는 냉철한 시선, 넓은 세상(청나라견학)에서 바라본 현재 조선의 문제점 등을 통해 나아갈 바를 밝힌 것이다.
그들의 성정, 외양의 묘사에서 또한 그들의 사상이 드러난다. 불같은 성미와 비판의식을 가져서, 호불호가 분명했던 박제가. 호방한 성격으로 모든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어주는 유득공. 조금은 소심하고 차갑게 보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하고 백성을 사랑한 이덕무.
그들이 20대 초반에 서로를 만나 자신을 발전시키고 다듬어 가는 모습은 1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에 와서도 꽤 유효하다.
2시간 남짓 이 책 속에 빠져들며, 참으로 행복했다.
그것은 100여년을 거슬러 멋진 ‘친구’를 만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항상 궁금했고,
알고 싶었던 규장각 검서관3인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그리고 그들의 스승 연암 박지원과 담헌 홍대용. 그들과의 만남은 나태하고 안일한 일상에 젖어있던 내게 세상을 향한 ‘발길질’의 시작을 알려주었다.
비록 이덕무의 바람처럼 그들의 자식들이 그들이 이룬 작은 변화를 발판으로 조선을 더욱 더 발전시키는 데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그것을 시발점으로 역사는 발전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그들을 통해 나의 상황에 안주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나를 발전시키고 가다듬어 흐르는 역사의 증인이 되는 것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다시 한번 책만 읽는 바보, 하지만 바보에 머물지 않은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