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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아이들 ㅣ 천국의 아이들 2
마지드 마지디 지음 / 효리원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등’보다 값진 ‘3등’

이미 수많은 영화제에 이름을 올리며 유명세를 탄 ‘천국의 아이들’.
나 또한 이 동화같은 영화를 TV를 통해 스치듯, 여러 번 보았던 기억이 있다.
내용은 간단하다. 가난한 남매 알리와 자라의 ‘운동화 쟁탈전’!
하나뿐인 여동생의 단 한 켤레 뿐인 구두를 잃어버린 알리.
동생 자라는 학교에 뭘 신고 가냐며 눈물이 글썽글썽거리지만
집에 새 신발을 살 여유가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아는 남매는
착하게도 오빠 알리의 운동화를 함께 신기로 동의한다.

오전반인 자라가 수업이 끝나자 마자 달려오면 알리는 그 운동화를 신고 전력질주하는 것이다.
운동화를 바꿔 신으며 혹여나 학교에 늦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알리,
또 오빠가 늦으면 교장선생님께 혼난다는 사실에 시험도 푸는 둥 마는 둥 달려오기 바쁜 자라.
운동화 한 켤레를 나눠 신느라 숨이 턱에 닿도록 골목, 골목을 누비는 남매의 모습,
서로를 생각하는 갸륵한 마음에 흐뭇한 웃음과 잔잔한 감동이 베어 나왔다.
어느날, 우연히 교정에서 자신의 구두를 신은 아이를 목격한 자라는 콩닥콩닥 뛰는 가슴으로 오빠와 함께 그 애의 뒤를 밟는다.

그러나 그 소녀의 아버지가 장님이며 자신들보다 더 가난한 집에서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남매는 구두를 돌려받기를 포기한다.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며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리는 자라의 모습이
참 따뜻하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자신이 그렇게 찾아 헤매던 운동화를 발견한 순간 얼마나 기뻤을까?
그리고 얼마나 외치고 싶었을까?
‘그건 내 운동화야!’ 라고.
하지만 착하고 맑은 이 남매는 가난한 친구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며 발길을 돌리고 만 것이다.
어쩌면 그 구두는 자라보다도 그 친구에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내가 가난을 겪지 않으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듯이,
가난을 겪은 두 남매가 그 친구의 심정을 이해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들에게도 기회는 찾아온다.
바로 전국 어린이 마라톤 대회의 3등상 상품이 운동화라는 사실!
순수한 두 남매는 꼭 ‘3등’을 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소망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게 된 알리.
하지만 그가 그동안 운동화를 신고 전력질주했던 것이 트레이닝이 되어서일까?
그는 1등을 하고 만 것이다!
‘Oh my God!'
알리는 동생 자라에게 신발을 주지 못해서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만다.
너무 귀엽고 순수한 두 남매의 모습에 내 입은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두 남매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까?, 어떻게 해서든
알리에게 운동 화가 생겨야 할텐데......
나라도 자 라에게 운동화를 사주고 싶다’
라는 독백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이미 나 또한 그들에게 동화된 것이다.
어쩌면 우리 어른들은 무조건 ‘1등’을 해야한다는 것에 익숙해져서
다른 가치들은 무시하며 살아왔을런지 모른다.
결과주의에 잠식된 우리 어른들에게 알리와 자라는
‘소중한 것’의 가치를 알려주었다.
1등을 떠나 진정 우리에게 소중한 것 말이다.
알리는 그에게서 소중한 연필을 동생 자라를 위해 양보했고,
명예를 드높일 수 있는 1등보다 동생에게 운동화를 선물하기 위해 3등을 고집했다.
어른들의 눈으로는 어쩌면 의아해할 수 있는 이 행동은
‘결과주의’가 아닌 삶의 ‘과정’을 중시하는 감독 혹은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 맑고 청초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는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커다란 ‘선물’이 되어 마음을 적혀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