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나치에 부역하고 명령에 복종한 사람들이 답해야 할 질문은 결코 ‘당신은 왜 복종했는가?’ 가 아니라 ‘당신은 어째서 지지했는가?’ 여야만 한다. 이런 질문 용어상의 변경이, 우선적으로 언어적 동물인 인간의 정신에 하찮은 ‘단어들’ 이 발휘하는 이상스럽고도 강력한 영향력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의미론적 부적합성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치명적인 ‘복종’ 이라는 단어를 도덕적 사유와 정치적 사유의 어휘에서 제거할 수만 있다면 많은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가령 우리가 이런 문제들을 계속 궁구한다면 아마도 우리는 어떤 자신감의 척도 나아가 자부심의 척도까지도, 요컨대 이전 시대들에 인간의 존엄성 또는 인간의 영예라고 불렸던 것들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류 [전체]의 존엄성이나 영예가 아닌, 인간[개인]으로 존재하는 것의 지위에 관한 존엄성이나 영예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