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소 - 알튀세르의 상상 인터뷰
루이 알튀세르 지음, 배세진 옮김, 진태원 해제 / 생각의힘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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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튀세르라는 철학자가 어째서 자신과 자신이 묻고 답하는 ‘상상인터뷰‘를 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아주 거칠게 표현하자면 그는 프랑스 공산당의 ‘은따‘였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사상의 인식론적 단절을 주장하던 그를 인정할 수 없었기에 공산당 출판사에서도 그의 원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푸코나 데리다, 샤르트르 등 유명 철학자들을 가르친 그의 영향력과 철학적 사유만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기에 출당시킬 수도 없었다.
22차 프랑스 공산당 당대회에서 공산주의로의 이행 과정의 중요한 개념인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개념을 삭제하는 것이 결의가 되었다. 공산당의 당대회 안건은 일명 ‘세포 조직‘에서 토론을 거치고, 점차 상층 조직으로 올라오면서 계속된 토론을 거쳐 최종 당대회에서는 당원의 의견을 존중하는 형식인 ‘만장일치‘ 의결이 이뤄지는데 그 안건 중에 있지도 않은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삭제가 상정된 것이다. 알튀세르 입장에서는 얼마나 빡쳤겠는가. 물론 ‘독재‘라는 단어가 스탈린의 독재로 인한 폐단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 삭제한다고는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를 거쳐 공산주의로 가는 중요한 개념인데 그걸 부정하다니!!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단어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부르주아 계급이 자본주의 사회를 법을 넘어 경영하기에 독재 상태라 정의하고 부르주아 독재의 상대어로 사용되는 단어이다. 즉 계급 투쟁을 적시하는 단어이며 사회주의로의 이행 단계에 필요한 개념이다. 알튀세르는 이 개념이 마르크스주의와 정치의 전체 역사에서 결정적인 지점이라고 강조했었다.
알튀세르는 이 책에서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의결이었는지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첫째로 인민의 토론을 거치지 않고 상부에서 상정시킨 안건이라는 것이고 두번째는 프롤레타리아 독재 개념의 포기는 즉 공산주의를 포기하고 사회주의에 머무르겠다는 것이다.
그의 불안함이 현실로 나타나 현재 공산주의는 커녕 사회주의로의 이행조차 불가능해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의 사유는 남아 미래의 세대에게 공산주의라는 유토피아적 희망을 남기고 있다.

˝한 동지가 다음과 같이 묻습니다. 사회주의는 어떠한 모습으로 니타나나요? 다른 동지가 대답합니다. 사회주의는 건너야 할 강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그 강을 어떻게 건너나요? 보트를 통해서이지요. 처음에 모든 사람들이 보트에 올라탑니다. 물론 자본가들도요. 하지만 보트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터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동지가 말합니다. 제가 사회주의를 건너기 위한 훌륭한 모터 브랜드 하나를 압니다. 사람들은 이를 계급투쟁 혹은 프롤레타리아 독재라고 부르지요. 그리고 강을 건넙니다. 가장 의식 있는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이 이 여행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자본가 집단을 감시하면서 강을 건너기 위해 주의를 기울입니다.
이것이 프롤레타리아 독재입니다. 이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형태는 물결의 상태와 자본가들의 성향에 따라 다소 엄격할 수도 있고, 다소 민주주의적일 수도 있습니다. 강을 다 건넌 뒤에 모든 사람들이 내립니다. 그리고 무엇을 할까요? 원하는 것을 하지요. 우리는 공산주의에 도달했고, 각자는 지유로우며, 착취도, 억압도, 계급도, 계급투쟁도, 국가도, 국가장치도, 정당도, 민주주의도, 법도, 상품 관계도, 도덕도, 종교도, 심리학도, 정치경제학 등등도 없습니다. 이건 대혼란일까요? 아닙니다. 노동자들은 그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스스로를 조직하는데, 이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그러하지요. 노동자들은 항상 일하는데, 하지만 그들의 소질을 자유롭게 계발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평등함 내에서 존재하는 그들 사이의 불평등함이지요.˝ - p.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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