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의 일주일
김영봉 지음 / 복있는사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27살에 군목이 되어 담임목회를 시작했다. 갓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에 대한 아무런 경험도 없이 시작한 담임목회였다. 부임하는 첫 주일 대예배부터 곧바로 전쟁이 시작되었다. 바로 설교 전쟁이었다.

주일 대예배, 저녁 예배, 수요 예배, 새벽 예배, 심방 예배 등등 왜 이리도 예배가 많은지, 그리고 어쩜 그렇게 주일이 빨리 돌아오는지, 정말 일주일이 날아가는 화살처럼 빨리 지나갔다.

군인교회에서 나를 돕던 군종병은 주보를 만들기 위해 늘 내게 설교 본문을 물었다. 처음에는 일찌감치 설교 본문과 제목을 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잠시 뿐이었다.

설교 거리(?)가 점점 떨어져가자 본문을 달라는 군종병에게 내 대답은 늘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어떤 날은 토요일 저녁까지 설교 본문조차 정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영외 교회에서 근무하던 군종병은 주일 주보를 만들고 복사까지 하고 부대로 복귀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렸다.

내가 근무한 부대는 강원도의 깊은 산골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겨울이면 종종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 간혹 주일에 폭설이 내리는 날이면 예배가 취소되기도 했다. 주일 새벽에 눈을 뜨자마다 간밤에 혹시라도 폭설이 내리지 않았는지 은근히 기대(?)를 가지고 창문을 열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의 그 긴장과 심적인 부담은 정말이지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설교는 내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언제쯤이면 편안한 마음으로 설교를 행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으로 분투하는 내게 김영봉 목사의 신간 설교자의 일주일은 가뭄 끝에 단비와 같았다.

처음에 책 제목을 보았을 때는 일주일 동안 설교자가 설교를 어떻게 준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전해 주는 책인 줄 알았다. 그런 것을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그러나 책은 훨씬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그건 바로 설교자에 대한 것이었다. ‘설교자의 일주일이란 책 제목 그대로 설교자의 삶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진짜 설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다. 왜냐하면 진짜 설교진짜 설교자를 통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훌륭한 설교자가 만들어지기까지는 긴 시간 동안 빚어져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설교 준비보다 설교자 준비가 더 중요하다.”

내가 그토록 설교를 힘들어했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설교자로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설교자로서의 나 자신을 만드는 일에 힘쓰기보다는 설교문을 만드는데만 골몰해 있었다.

설교자의 일주일은 곧 설교자의 인생 전체다. 그래서 이 책은 목회 서신과 같다. 바울이 디모데에게 이렇게 목회하라고 편지를 쓰듯이 김영봉 목사도 설교 이전에 목회자의 전 존재가 이래야 한다고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설교자에 관한 내용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그가 평생 설교자로서 고군분투하며 터득한 경험을 나누며 겸손한 목소리로 독자를 안내한다. 무엇보다도 그 스스로가 한 사람의 진실한 설교자로서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기에 그의 말에 힘이 있다.

책을 읽고 있는데 어느 목사가 내게 와서 물었다. 이 책이 사서 볼 책인가, 빌려 볼 책인가 하고 말이다.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 당신이 설교자라면 평생 당신 곁에 두고 읽고 또 읽어야 할 책이라고 말이다. 설교자가 변하면 설교도 변할 것이다. 이 책은 당신을 거룩한 변화로 인도해 줄 가장 완벽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