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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철학사
혼다 토오루 지음, 전새롬 옮김 / 애플북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스스로 오타쿠에 방콕족이라 부르는 일본인 저자가 쓴 철학 입문서 정도 되겠다.
  첫장의 삽화에 '아테네학당'의 플라톤은 마돈나 티셔츠를 입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노트북을 들고있는 모습은 결코 이 책이 기존 철학 교양서적과는 차별을 시도하려는 의도를 가졌다는걸 한 눈에 알수있게 해준다.

 
  저자는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체제는 킹카의 체제이고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조직에 순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폭탄이라고 규정한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폭탄들의 경우에 스스로 현실을 바꾸는 혁명가가 되거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신을 무장시키려는 철학자가 되려한다는 발상은 참 흥미로웠다. 
 

 고리타분한 관념적 서술보다 현대인이 쉽게 이해할수있는 영화 '매트릭스'나 수시로 등장하는 '북두의 권' 대사들, 각종 애니메이션, 게임등을 예로들어 설명하여 철학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에게 이해도를 높이려고 노력한 듯 보였다. 그러나 일본문화에 아직 충분히 익숙하지 않은지라 간간히 이해못할 문장들도 있었고 인용이 지나쳐서 글의 흐름을 방해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내용들 중간중간 삽인된 그림은 앙증맞게 잘 표현했지만 주석의 글자 폰트가 너무 작아 눈이 아팠다.
 

  애초에 킹카에게 진리는 성가시고 불필요한 것이다. 인기없는 폭탄만이 "현실이 왜 이리 고달플까?" "나는 왜 인기가 없을까?"라고 고민하며 세상의 참된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는 말로 책의 주제를 충분히 파악할수 있다.  부처의 출가, 단테의 베아트리체를 향한 사랑, 괴테의 작품이나 니체의 초인등에 대한 내용을 작자 나름대로의 재해석을 하여 그 인물이 처한 상황에 맞는 폭탄식 해결법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데카르트의 과학발전에 토대를 마련한 이원론 부분에 대한 내용은 특히 이해가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잘 몰랐던 철학적 명제를 받아들이기 무리가 없었으나 또 다른 부분에서는 너무 DQN을 남발하거나 저자 자신(또는 일본인 젊은세대)만이 공유할수 있는 문화적 감성을 지나치게 끌어와서 무엇을 설명하고 싶은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곳도 적지 않았다. 이 글을 쓴 저자 자신도 스스로의 세계에 빠져있는 폭탄같다. (물론 폭탄의 뜻은 이 책이 주장하는것처럼 긍정적 의미이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절대명제 같은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에 따라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었으면 더 나은 욕구가 생기게 마련인데 존재와 자아를 고민하고 철학에 관심이 간다면 기존의 철학입문서든 이 책이든 새로운 주장을 접하고 한번 더 고민해본다면 그것으로 충분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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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니걸스
최은미 지음 / 디오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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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니걸스는 요일팬티로 비유하는 여러 남자와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연애를 하며 살아가는 서른세살의 여주인공 정인과 그 친구들인 라니, 재순의 이야기이다.
 저자가 심리학을 전공해서인지 주인공 정인도 심리학을 전공한 인물로 설정되어 있고 연애 에피소드보다는 그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흐름과 변화에 좀 더 할애한 느낌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가 변화하면서 복잡하게 느껴지는 마음의 울림과 그 울림에 힘겨워 좌절하고 쓰러지는 사람들. 그리고 옆에서 지켜봐주고 응원하는 친구들. 지극히 평범한 이 시대의 청춘들의 모습일 듯하다. 늦게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것 -사실 서른셋의 나이를 늦었다고 하기엔 이제 사회가 변
한듯하다- 은 그만큼 다른 일들에 더 관심을 쏟아 또 다른 자신만의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는 뜻도 될텐데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사랑은 권력이다'라는 명제가 책을 읽는 동안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사랑이란 이름의 권력으로 행해지는 폭력에 다치고 힘들어하면서도 마약처럼 계속 빨려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그런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각종 드라마나 영화, 소설, 노래 가사속의 사랑들에 공감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그 속에서 자신이 겪었거나 겪고 있는 사랑을 발견할 수 있어서일 것이다. 어쩌면 이상향으로 바라던 사랑을 꿈꾸는 지도 모르겠다.

 

  사랑에 있어서 절대적인 법칙이나 방정식은 불가능하고 상대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p256 '사랑은 두 사람이 가진 잣대만이 통용되는 극히 상대적이고 밀폐된 은밀하고 위험한 우주이다'. 인류가 존재한 이후로 사랑의 아픔이 반복되는 것은 그 사랑들 어디에도 완벽하게 자신과 똑같은 사랑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수 십억의 인구만큼이나 다양한 수 십억의 각기 다른 사랑들에 각자 행복을 맛보기도 하고, 좌절을 맛보기도 할 것이다. 완벽한 커플로 주위의 시샘을 받는 사랑도, 정인처럼 허락되지 않은 사랑에 상처입은 영혼들도 모두들 그렇게 사랑은 계속되리라.

 

  사랑과 연애를 다르다고 진중히 고민해 본 적은 별로 없었다. 오랫만에 연애소설을 읽은지라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별개의 의미로 이해가 되었다. 느끼는 감정의 질이 다를텐데 둘이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연애가 사랑으로 발전하면 좋겠지만 -물론 발전시키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또 사랑이 되어버렸지만 어찌어찌하여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포기해야 한다면 그 고통은 누구나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해주리라. 누구나 그런 시절을 겪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지나고 나면 그저 추억뿐인 것을 알게 되버리는 것이겠지.

 

  사랑보다는 정으로 살아가는, 어느덧 학부모가 되버린 나에게 다시 한번 젊은 날의 사랑을 추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사랑을 시작하고 사랑을 더 크게 만들어가는 단계의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사랑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 봐도 좋을듯하다. 비록 후회하거나 상처받더라고 최선을 다해 사랑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란 싯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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