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하다 죽으리
이수광 지음 / 창해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묏버들 가려 꺽어 보내노라 님에게
주무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나거든 나인가도 여기소서

오래전 고전시간에 배웠던 기생 홍랑의 시를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고죽 최경창과 홍랑의 신분을 넘어서는 사랑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고
그들이 주고받은 연시는 문학성면에서도 인정받아 교과서에까지 실렸었다.

송도삼절인 황진이의 시라던가 허균의 오랜 벗이었던 매창의 시는 워낙 유명하여 시를 들어보면 아 ! 맞아 들어봤다. 할 정도로 많이 알려져있다.  이렇듯 공물, 관물로 불리며 노비신분으로 살아야했던 기생들과 선비들의 사랑이야기는 대부분 권력가보다는  시인들과의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예가 많다.

 이 책 '그리워하다 죽으리'에서 처럼 백두산의 정기를 받아 2천년만에 태어났다는 자신감에 들어

차있는 아름다운 기생 연화와 한양의 유력가문의 자제이며 순조의 국구인 김조순의 친구이기도 했

던 선비 김려의 사랑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현재같은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결혼중계사이트에서 매긴 점수나 경제력, 외모와 같은 조건이 주요한 잣대가 되는것처럼 당상관인 이광표의 첩이 되거나 지역관리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 가장 무난한 선택이 되었을텐데 그걸 모두 뿌리치고 사랑위해 모든 것을 감내한 연화의 선택은 아름다웠고 또 그만큼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게 되고 만다.

북방의 기녀들은 시와 음악 뿐 아니라 활, 칼등의 무예와 사냥등을 배우며 변방지역의 특성을 살린

 지역적 특성을 갖는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선비가 유배를 가면 유배지에서 도망치거나 징벌

이 아니라 휴양처럼 지역토호들과 연계해 편하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도 있었지만 연대책임인

다짐장과 유배객에 집을 제공하고 보호와 감시를 맡았던 보수주인 등의 제도로 보아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는 않았을 듯 싶다. 김려는 유배지에서 그을 가르치며 지역문화의 향상에도 도움이 되었다는 구절에서 유배지에서 자신의 학문을 완성하고 발전시킨 정약용과 김정희가 떠오른다. 어찌보면 유배는 한 사람의 인격과 자질을 완성시키는데 필요한 꼭 넘어야할 하나의 장애물이 아니었을까?


묻노니 그대는 무엇을 그리워하는가. 나는 북쪽 바닷가 미인을 그리워한다네.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평탄하지 않고 신분이나 나이, 가문, 지역을 넘어서는 위기의 상황에서 더욱 강해지며 그 완성을 이루어낸다는데에 그 의미가 있고 그것이야 말로 사랑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