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회생활을 할때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던 분께서 금강경을 한번쯤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셨는데 이제야 처음으로 제대로 완독해보았다. 금강경은 금강반야바라밀경의 약자로 금강과 같이 견고하고 번뇌를 끊고 무명의 어리석음을 부수는 지혜라는 뜻이다. 부처님과의 대화에서 제자인 수보리의 마음속에 이는 의문을 부처님께서 27번에 걸쳐 끊어준다는 의미로 천진은 27단의로 구분했다 한다. 다른 여러 불경과 마찬가지로 많은 수의 한역본을 가진 금강경은 산스크리트어 원문을 한문으로 번역하고 다시 그 한문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와중에 뜻하지 않은 문맥상, 의미상의 여러 왜곡이 있을수 있으므로 이미 과거부터 구라마집, 현장등 당대의 유명한 고승들마다 각각 해설(론)을 만들어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이 책을 쓰신조계종 종립 승가대학원장이신 지안스님께서 각 구절마다 그 배경이 되는 내용을 잘 설명해주셔서 나처럼 처음 금강경을 읽는 사람도 이해하는게 크게 무리없이 느껴졌다. 그 해설들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정작 손은 달을 가리키고 있는데 달을 보지 않고 손을 보고 있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므로 금강경의 참뜻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無常은 곧 空이요, 空은 없다는 뜻이 아닌 空하다는것도 空하다는 空空으로, 空의 관념에만 빠져 집착하지 말것을 이르고 있다. 空이라는 글자가 한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금강경의 중심사상이 空사상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空의 이해를 통하여 지혜를 완성하게 하는 법문이 금강경의 요체라고 한다. 무소유의 법정스님께서 열반에 드시고 얼마되지 않아 봉은사의 직영사찰화 문제가 불거지며 정치개입설이 나도는 것을 보니, 서구에서 종교개혁으로 성경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운동처럼 불교가 너무 세속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수행에 힘쓰신 고승들의 가르침이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는동안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것인가?' 하는 화두를 갖게 하였다. 어차피 이 금강경은 상식이나 기술류의 지식이 아니기에 몇번 읽었다고 해서, 또는 그 뜻을 알았 다고 해서 내 것이 되는 것이 아니기에 앞으로도 계속 화두로 이고 살아야 할 것같다. 머리로 이 해하는 것이 아닌 가슴과 영혼으로 이해할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