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라산의 사자들 1
가이 가브리엘 케이 지음, 이병무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저자는 톨킨의 작품을 정리하다가 작가의 길로 들어선 경력답게 배경과 인물들의 인과관계에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들이 보인다. 따라서 그의 신작 "알 라산의 사자들"은 당연히 판타지소설이다. 그렇지만 용이나 마법이 난무하고 유사인류-오크나 엘프-등이 등장하는 톨킨 아류의 판타자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기사물이라 할정도로 전쟁과 기사, 왕들과 국가간의 정세에 비중을 둔 소설이다. 역사판타지로 실제 역사와 비교해 읽는 재미도 있고, '하얀 로냐프강' 이나 '하얀 늑대들'같은 기사물을 흥미롭게 읽은 독자나 현재 한국 판타지의 주류인 먼치킨류나 게임판타지소설에 지겨움을 느낀 애독자라면 아주 만족감이 클 것이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이슬람이 페르시아와 이집트를 기점으로 이베리아 반도와 동유럽에 진출해 있을 당시 십자군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을 배경으로 하며, 공간적 배경은 현재의 스페인지방으로 분열과 혼란으로 인해 도시국가처럼 쪼개져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알 라산 지역이다. 물론 첫장에 지도를 실어 지형과 도시이름을 보여주어 이해를 돕고 있다.

유럽에 정착한 이슬람에 해당하는 별을 숭상하는 별의 자손들인 아샤르인과 본토 이슬람에 해당하는 무와르디인, 기독교인에 해당하는 태양을 숭상하는 야드인, 유대인에 해당하는 파란 달과 하얀 달을 숭상하는 피착취계급인 킨다트인들이 종교적, 인종적 갈등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알 라산 지역을 배경으로 하여 아샤르인인 전략가이자 시인인 아마르 이븐 카이란과 킨다트인 여의사인 예하네, 그리고 야드인인 발레도의 기사대의 대장으로 '알 라산의 징벌자'로 이름 높은 로드리고 벨몬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처음에 등장인물이 많은 관계로 각 인물간의 관계설정때문에 읽는 속도가 느려지긴 하지만 대충 지역과 종교, 이름들이 익숙해지면 무척 빠른속도로 읽혀진다.

'인간이 하는 일은 사막에 발자국을 찍는 것과 같다.', '차고 기우는 달들 아래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다.', '태양조차 끝내 지고마는 법이다.' 같은 격언은 우리의 익히 알려진 속담들과 유사하며 이 작품의 주제를 말하고 있다. 우리영화 황산벌에서 나오는 대사처럼 '호랑이는 가죽때문에 죽고 사람은 이름때문에 죽는다'는 말이 연상될 정도로 책은 마지막 남은 사자들이라 할 정도의 멋진 영웅들이 잔인한 운명에 휘말려 가는 것을 빠른 문체로 전개하고 있다. 

모험과 시련, 전쟁등이 주인공들을 성숙하게도 만들지만 과연 그 전쟁의 영광과 의미는 개개인에게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하거나, 아샤르인 복장에 익숙해진 야드인인 알바르와 야드인복장이 더 어울리는 아샤르인 후사리를 비교하며 과연 종교와 인종에 구분과 차별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2권 끝부분부터 몇년씩 건너 뛰면서 너무 일찍 마무리가 되었다는 점이다. 계속 전개되던 속도로 진행하여 톨킨의 반지의 제왕같은 장편 판타지소설로 최소 3권이상의 분량이 나올정도로 방대한 대서사시적 소설이 되었더라면 완성도가 훨씬 좋았을걸하고 생각해본다. 2권으로 마무리 하다보니 종결부분의 진행이 너무나 급작스러워 아쉬움이 컸다.  더 길게 써줬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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